[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13일 국내 7번째 천연물신약을 허가했다. 이 약은 한 바이오벤처가 구전으로 전해져온 한약처방을 과학화 한 것이다. 개발착수부터 제품화까지 꼬박 11년 걸렸다. 대형사 위주의 의약품 시장에서 '기술력'으로 버텨온 벤처기업이 거둔 성과라 그 의미가 크다. 소식을 접하고 이름도 생소한 이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잔치 분위기를 예상했지만 직원들은 어쩐지 소극적이었다. 사장을 연결해 달라 해도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거절했다. 사장의 휴대폰은 하루 종일 꺼져 있었다. 그러고는 이메일 한 통이 왔다. 2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설명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간담회는 며칠 후 돌연 취소됐다. 궁금증은 21일 풀렸다. 이 회사의 사장은 구속됐다. 그것도 11년 숙원인 식약청 허가 하루 전날인 12일에. 잔치가 초상으로 180도 바뀐 것은 리베이트 때문이다. 사장은 의사들에게 외제차를 사주는 등 10억원이 넘는 리베이트를 써왔다. 받는 쪽도 처벌하는 '쌍벌제' 시행 후 최대 규모의 리베이트 사건이라는 '뉴스의 신선함'에 주요 언론매체가 크게 다뤘다. 앞으로 이 회사는 '천연물신약 7호'가 아닌 'BMW 제약사'로 불릴 것 같다. 검찰의 사건 발표 다음 날인 22일에는 약가인하 소송의 첫 심리가 열린다. 불가피함을 역설하는 보건복지부의 주장에는 '여전히 만연하는 리베이트'의 증거가 포함될 것이다. "쌍벌제 후 리베이트는 사실상 사라졌다"고 주장하려 했던 제약업계는 그저 '살려달라'고 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제약업계 사람들 모두 알고 있다. 약가인하가 시행되는 4월 1일 전 어느 시점에 정부는 '따끈한' 리베이트 적발 사건을 발표할 것이란 사실을. 그렇게 '명분'을 잃으면 또 당하고 말 것이라고 모두가 입 모아 말했다.하지만 '알고도 또 당한 것'은 '알아도 숨길 수 없는 썩은 살' 때문이다. 이 시간에도 리베이트로 한 몫 잡으려는 또 다른 BMW 제약사들은 생각을 고쳐먹어야 할 것이다. 11년 성과도 물거품 되는 건 한 순간이다.신범수 기자 answ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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