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class="blockquote">3월 21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 ‘라디오 스타’는 막강한 공격력을 지닌 MC 다섯 명과 ‘와일드 아이즈’의 신화 여섯 명의 대격돌로 큰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방송은 예상만큼 거친 약육강식의 예능 정글이 아니었고, 과거 산만함과 온갖 장난으로 예능을 평정했던 신화 멤버들은 의외로 반 박자 느리게 차분하고 순순한 태도를 보였다. 데뷔 14년차 아이돌,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치르고 국방의 의무를 마친 뒤 돌아오니 전진의 말대로 “멤버들 나이를 다 합치면 2백 살이 넘게 된” 신화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0집 앨범 발매와 오는 3월 24일로 예정된 14주년 콘서트를 앞두고 4년 만에 다시 운동화 끈을 꽉 조여 맨 신화의 연습실을 <10 아시아>가 찾았다. “서로 너무 잘 아니까 멤버들이 싫어하는 건 하고 싶지 않다”는 전진의 고백이나 “너무 훈훈한 건 재미없는데...사실 만나면 진짜 훈훈하다”는 김동완의 농담처럼, 세월이 흐른 만큼 성숙해진 동시에 서로를 향해 짓궂은 애정을 드러내는 모습만은 그대로인 여섯 남자들은 여전히 신화 그 자체였다.
4년이라는 공백기 후에 돌아오는 활동이다 보니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시간이 흐른 만큼 음악의 트렌드나 시장 상황도 달라졌는데, 신화다운 앨범을 내놓기 위해 어떤 논의를 했나. 에릭: 트렌드를 따를지 대중성 있게 갈지 기존 신화의 색깔을 유지할지 등 얘기를 많이 나눴다. 결론적으로는 그냥 처음이라고, 다시 시작하는 1집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예전에는 기획사에서 최종 선택한 곡을 들려주면 바로 녹음에 들어갔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1년여의 준비 기간 동안 300여 곡의 노래를 멤버 전원이 일일이 모니터링하며 추렸다. 외국곡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트러블이 생기는 바람에 찜했던 곡이 영국에 팔려가서 패닉에 빠지기도 했고, (웃음) 우여곡절 끝에 타이틀곡 후보로 4곡이 올라왔는데 ‘레드 카펫’과 ‘비너스’ 두 곡을 두고는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민우: ‘비너스’는 데모를 받았을 때 멜로디가 너무 좋아서 모두 마음에 들어 했다. 굉장히 중독성 있는 멜로디라 타이틀곡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면서도 일렉트로니카 장르이다 보니 과연 신화다운 안무가 나올까 의문이었다. 그런데 1차 시안을 보는 순간 다들 ‘아, 이거다’ 했다. 음악만 들으면 신화가 무대에서 이걸 어떻게 할까 싶겠지만 다이내믹한 군무는 물론 스케일 면에서도 좀 자신이 있다. 14년차니까 좀 쉬운 안무로 갈까 했지만 신화 하면 떠오르는 퍼포먼스의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기대를 저버릴 수가 없었다. 마음가짐은 ‘해결사’나 ‘T.O.P’ 때처럼 갖고 있다. 신화의 안무는 예전부터 하드하기로 유명했는데, 신혜성이나 김동완 등 보컬을 주로 담당하는 멤버들은 만만치 않았겠다. 혜성: 아무래도 다른 멤버들에 비해 우리는 좀 그렇다. 안무 동작이 새로 나왔을 때 민우나 진이가 이틀 만에 익힌다 싶은 걸 나나 동완이는 거의 일주일 이상 걸려서 하니까. (웃음)
2004년, 첫 소속사였던 SM 엔터테인먼트로부터 독립해 내놓은 7집 앨범 <브랜드 뉴>(Brand New)로 대성공을 거뒀다. 긴 공백으로부터 돌아와 내놓는 이번 앨범은 대중을 향한 두 번째 ‘브랜드 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아이돌 그룹으로서 해볼 수 있는 것, 이룰 수 있는 것을 대부분 해냈는데 다시 나와서 보여주고 싶은 것은 뭔가. 에릭: 이번에는 현대적인 ‘브랜드 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우리도 1위하고 대상 받으면 좋긴 좋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걸 목표로 나온 건 아니다. 활동하다 보면 선물로 주실 수도 있고, 그러면 고맙게 받으면 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신화’로 활동하고 싶어서 나온 것뿐이다. 혜성: 우리 앞에 “1세대 아이돌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그룹, 14년차 가수, 원조 아이돌의 귀환” 같이 거창한 타이틀이 붙는다. 기분 좋고 뿌듯하면서도 부담감이 든다. 그에 걸맞는 뭔가를 보여줘야 할 것 같아서. (웃음) 전진: 사람들이 우리와 비슷한 때 활동했던 가수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흔히 “왜 그 옛날 가수 있잖아”라고 말하는데, 우리는 옛날 가수가 되고 싶지 않다. 시간이 많이 흐르긴 했지만 열심히 함으로써 지금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삼십대 초반이라는 나이가 인생 전체로 보면 전성기가 될 수도 있고 앞으로 할 일이 많은데 ‘1세대 아이돌 출신의 현역 그룹’이라는 이유로 방송에서 ‘원조’나 ‘조상님’ 대접을 하는 게 좀 어색할 것 같기도 하다. 에릭: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우리는 하루하루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그룹이니까. 영화판에서 배우들을 보면 우리 또래는 애티를 벗고 남자로서 성숙미를 가질 수 있는 나이인데 아이돌은 수명이 거기까지 도달하기 전에 거의 다 해체한다. 사실 좋은 무대를 보여드리고 좋은 노래를 들려드리는 건 우리가 프로이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거기서 더 나아가 대중들이 우리를 단지 가수로서만이 아니라 일반인들과 조금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라 본다면 ‘이 자식들은 그렇게 힘들다는 가요계, 그것도 아이돌 판에서 어떻게 죽을 때까지 팀을 이루고 활동할 수 있을까’ 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면에서 가치는 있을 것 같다. 8, 9집을 지나며 팀으로서보다 개인 활동의 비중이 더 높아지기도 했고 신화는 언제든 자유롭게 헤쳐모여 할 수 있는 그룹이라는 이미지가 확고해졌는데, 굳이 여섯 명이 다 같이 모일 때 가장 즐거운 점은 뭔가. 전진: 예전에는 물론 신화도 중요했지만 각자 하고 싶은 활동이 생기다 보니 이것저것 해보게 됐다. 그런데 그걸 하다 보니 멤버들과 함께 있을 때 나의 부족함이 채워지고 힘이 되고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걸 더 강하게 느낀 것 같다. 게다가 나이가 들고 군대 다녀오고 서른이 넘으면서 좀 더 철이 들었고, 서로 더 배려할 수 있게 된 게 많다.
14년차인 지금도 여전히 의견일치가 가장 어려운 분야가 있다면 뭔가. 혜성: 좋아서, 열심히 해 보자고 시작했지만 어쨌든 ‘일’이기 때문에 의견충돌이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런데 엇갈리는 게 오히려 더 좋다. 그러면서 다른 의견도 들을 수 있고 서로의 생각도 더 많이 알 수 있으니까. 그리고 14년쯤 되다 보면 이 친구가 이런 마음으로 그런 얘길 했구나, 저래서 그랬구나 하는 걸 다 알기 때문에 조금 다른 의견도 서로 이해할 수 있고 해결할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해서 갈등을 풀어 가는지 궁금하다. 전진: 재연해 볼까요? (웃음) 에릭: 민우와 내가 신화 컴퍼니의 공동대표로 여러 일을 같이 진행하다 보니 멤버들 모르게 부딪힌 일이 은근히 많다. 하지만 내가 민우를 존중하는 이유도 나와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민우가 아티스트적이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 한다면 나는 굉장히 현실적이라 ‘그게 손에 잡히냐’고 얘기하는 편이다. 일 얘기할 때는 솔직히 내가 좀 못되게 얘기할 때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 대화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대화 하느냐 안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특히 이번 활동을 준비하면서는 멤버 중 동갑 네 명은 물론 예전에는 무조건 양보하고 따라오기만 했던 동생들도 확실히 자기 목소리를 내 주기 때문에 톱니바퀴가 더 잘 맞는 느낌이다. 하지만 원래 알던 친구가 아니라 기획사에서 모은 팀으로 만난 이상 처음부터 이 멤버들과 끝까지 가겠다는 믿음이 있었던 건 아닐 것 같다. 앤디가 4집 활동에서 빠지기도 했고 SM과의 계약 만료 일정이 서로 달라 고민한 적도 있을 텐데, 신화로 함께 하는 것을 당연히 받아들이게 된 계기나 시기가 있다면?앤디: SM에서 숙소 생활을 할 때 동완이 형이 항상 “우리는 최고야. 우린 역시 여섯이 다 뭉쳐야 멋있어”라는 말을 하곤 했다. 일주일에 최소한 두세 번씩 그 말을 듣다 보니 주문에 걸렸던 것 같다. 처음에는 좀 어색했지만 리더인 에릭 형이 ‘이런 부분이 좀 부족하니 앞으로 이렇게 해 나가자’고 말했고, 무대에서는 민우 형이, 노래에서는 혜성이 형이 중심을 잡아주면서 우리가 합쳐졌을 때 정말 좋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 민우: 그 시기쯤 H.O.T가 해체를 했다. 팀이 나뉜 게 굉장히 보기 안타까웠고, 우리도 그렇게 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멤버들과 약속을 했다. 개인적으로 회사와 면담을 하는 상황이 오면 바로 터놓고 같이 고민하기로. 서로 소문만 들으면 괜한 오해를 할 수 있으니까. 전진: 그동안 신화로 여러 번 1위를 했지만 유일하게 이루지 못한 꿈이 가요대상이었다. 당연히 멤버들과 같이 해서 상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릭: 계약기간이 끝나고 나서 우리 목표는 확실했다. 사실 그동안 SM에서 한류의 초석을 다져놨고 수확만 하면 되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그냥 정착할까 한 번 도전해볼까 고민했지만 결국 멤버들과 한 마음으로 독립을 하게 됐다. 결국 그 해에 <브랜드 뉴>로 연말 대상을 받았는데, 이 팀으로 꿈을 이루겠다고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서로의 인간적인 면 뿐 아니라 엔터테이너로서의 실력을 믿었기 때문일 것 같다. 동완: 멤버들이 심할 정도로 자존심이 세다. 그래서 멋있는 면도 있고, 애들하고 있으면 나도 스스로 멋있어지는 기분이다. 혼자 활동할 때와 인간이 달라진다. 하지만 서로에 대해서는 자존심을 전혀 안 세운다. 엄마 앞에서처럼. 그 점이 가끔 감동적이다. 민우: 울지 마. (웃음) * 더 자세한 이야기와 다양한 사진은 월간지 < Kstar >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인터뷰. 최지은 five@10 아시아 인터뷰. 강명석 기자 two@10 아시아 사진. 이진혁 eleven@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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