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지난 12일(현지시간) 오후 독일 뮌헨 BMW벨트. 자동차 테마공간으로 유명한 이 곳에서 이색적인 인물이 PT(프레젠테이션) 연사로 섰다. 바로 벵상 바스티엥 파리 HEC 경영대 교수다. 언뜻 보기엔 자동차 회사 PT 연사와는 어울리지 않은 그를 BMW가 전세계 주요 언론이 참석한 전략 발표회에 내세운 것은 '럭셔리'라는 공통점 때문이었다.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과 입생로랑, 란셀 등의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한 바스티엥 교수는 럭셔리 마케팅의 최고 권위지로 꼽힌다. BMW 역시 전세계 프리미엄 자동차 업계 1위사로,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로 대변된다. 바스티엥 교수가 이날 한시간 동안 열의를 다해 강의한 내용은 바로 '럭셔리'의 정의였다. 럭셔리 강의를 듣기 전만해도 한 가지 오해를 가슴에 담고 있었다. 럭셔리 마케팅 자체가 남과는 달라지고 싶다는 사람의 심리를 가격과 교묘하게 결합해 펼치는 꼼수 전략이란 부정적인 편견. 그렇다 보니 바스티엥 교수가 처음 중국어로 '사치(奢侈)'로 표현된 럭셔리를 부수별로 놓고 정의할 때만 해도 일종의 말장난이란 느낌이 강했던 게 사실이다. 그는 클 대(大)와 놈 자(者), 사람 인(人), 많을 다(多)로 구성된 사치를 '다른 많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그 사람을 크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강의를 듣는 동안 럭셔리가 비쌀 수 있지만 무조건 고가 전략을 펼치는 제품이란 사실만으론 럭셔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이 갖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그걸 가진 당신을 우러러보게 되는 것'이란 바스엥 교수의 정의처럼 고객이 사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제시해야 럭셔리 브랜드가 될 수 있다. 물론 품질과 브랜드 만의 스토리도 뒷받침 돼야 한다.최근 들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제 값을 받아야 한다'며 럭셔리 마케팅을 주문하고 있다. '제 값을 받으라'는 주문 자체는 이미 수년전부터 정 회장이 강조한 경영철학이기도 한데 새삼 주목을 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급성장 하는 럭셔리 시장 규모에 있다. BMW그룹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럭셔리 시장 규모는 1조유로에 달한다. 이 중에서도 럭셔리 자동차 시장은 2500억유로로,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유럽지역의 금융위기로 경기가 축소된 지난해 BMW그룹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기반 역시 럭셔리 시장의 급성장에 있었다. 하지만 당장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고가정책만으로 대응해서는 안된다. 비싼 돈을 주더라고 사고싶은 상품으로 만들지, 럭셔리 마케팅이란 수단을 통해 가격만 올렸다는 비난을 받을지는 스스로의 선택이다. 기자이기에 앞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현대차가 럭셔리 전략을 제대로 펼쳐 매년 급성장 하고 있는 럭셔리시장의 진정한 주인공이 되길 바란다.이은정 기자 mybang2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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