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구 보험개발원장
논어(論語) 계씨편(季氏篇)에 익자삼우(益者三友)라는 말이 있다. 서로 사귀어 이롭고 보탬이 되는 친구로 양(諒ㆍ믿음), 다문(多聞ㆍ지식), 직(直ㆍ정직)의 세 종류가 있다는 말이다. 지난 2010년 말 기준 우리나라 국민의 75% 이상이 생명보험 또는 손해보험에 가입돼 있어 보험은 이미 국민에게 친숙한 단계에 있다. 그렇지만 친숙함을 넘어 국민이 보험을 좋은 친구로 여기기 위해서는 신뢰를 확고히 하고 보장에 대한 다양한 니즈를 충족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보험 종사자들이 노력해야 할 삼우(三友)를 생각해본다. 첫째, 소비자의 신뢰를 확고히 하는 일이다. 보험은 가입자의 신뢰가 있을 때 존속된다. 보장 내용에 대한 신뢰, 지급에 대한 신뢰, 회사의 존속가능성에 대한 신뢰 등이다. 장기간 운영되는 보험계약에서 이런 신뢰가 없다면 보험산업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예전처럼 '일단 팔고 보자' 식으로 무조건 좋다는 점만 강조해서는 소비자 신뢰를 얻지 못한다. 때론 약점도 공개하고 문제가 있다면 과감하게 시정해야 믿음을 줄 수 있다. 최근 저축성 보험의 신계약비 한도에 대한 규정을 개정해 계약 초기의 해약 환급률을 높인 것과 보험료 납입기간 동안 보험료가 변경되지 않고 최초 계약 때 정한 보험료를 납입하는 암보험이 다시 판매되고 있는 것은 신뢰 회복의 좋은 사례다. 둘째, 보다 다양한 상품개발이 필요하다. 부모 사망 때 학자금 제공뿐만 아니라 자녀에 대한 질병 및 상해 보장을 추가한 어린이 보험, 0세부터 가입이 가능한 어린이 연금보험 등의 개발은 세계 최저 수준의 저출산에 따른 저연령층에 대한 보장 확대라는 소비자 니즈를 충족한 사례다. 오는 2020년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4%가 되는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암 또는 치명적 질병(CI)의 지급 횟수를 확대한 보험, 치매 등의 간병비용 발생 시 연금액을 2배로 지급하는 연금보험, 보장기간을 100세 이상으로 확대한 암보험 등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인구 고령화에 대비한 사례다. 또한 펀드 운용성과에 따라 최저 보증금액을 상승시키거나 목표수익을 달성한 경우 일반계정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는 변액보험 상품을 출시함으로써 소비자의 변화하는 니즈에 부응하고 있다. 이 같은 보장 위험의 차별화, 상품별 다양한 옵션 제공 등은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계약자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으므로 보험사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끝으로, 이해하기 쉬운 보험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 보험회사는 전통적인 사망보장 상품 외에 펀드 수익률을 제공하는 변액보험, 외화자산 투자상품, 지급 횟수를 다양화한 질병보험 등의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 상품은 보험회사가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지만 적립액 계산이나 보장내용이 복잡해 이해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대부분 소비자는 상품에 대한 지식이 충분치 않고 상품 설명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도 쉽지 않다. 때문에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게 간단한 보장을 가진 상품개발이 필요하다. 지난해 시행된 약관 이해도 평가에서 보장내용이 단순한 상품이 우수등급을 받은 것이 그 사례다.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면서 쉽고 이해 가능한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보험도 이제 국민에게 이롭고 보탬이 되는 따뜻한 친구가 돼야 한다. 이런 노력을 지속하는 것만이 국민생활 속에 보험산업이 영속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일 것이다.강영구 보험개발원장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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