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전문가 영입·연공서열 파괴·정규직을 계약직으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br />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한국은행이 설립 이후 60년간 지켜왔던 '순혈주의'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김중수 총재가 주도하고 있는 '외부 전문가 영입'과 '파격 인사' 등에 따른 것인데 이번에 '한은=철밥통'이란 공식이 깨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검증된 전문인력' 영입= 한은에 외부 인사를 수혈하겠다는 김 총재의 생각은 2010년 취임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부과장이었던 김준일 박사(현재 부총재보 내정자 신분)를 한은 금융경제연구원장으로 영입하면서 시작했다. 당시 김 총재는 외부 적임자 도입에 대한 내부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김 박사를 영입했다. 그리고 지난달 정기인사에서는 김 박사를 부총재보에 내정했다. 이렇게 해서 한은 역사상 처음으로 외부 출신 1호 부총재보가 나오게 됐다. 김 총재는 또 외자운용원 등을 중심으로 '검증된 인재'의 외부영입에 적극적이다. 비록 내부 인사지만 공모를 통해 추흥식 외자운용원장을 임명했고 지난 2일에는 채권전문가인 삼성자산운용 김의진 상무를 외자운용원 투자운용부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이번 인사에서 외자운용원 글로벌회사채 팀장으로 내정된 차진섭 뉴욕사무소 과장의 경우도 파격적이다. 김 총재는 정규직으로 일하던 그를 계약직으로 돌렸는데 한은에서 정규직이 계약직으로 신분을 바꾸는 경우는 유례가 없다. '평생 직장'으로 안정성이 보장되는 한은 직원에게 직급파괴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 총재가 그동안 영입한 외부인력은 수적으로만 보면 많지는 않다. 그러나 외부인이 맡은 보직이 모두 핵심 요직이라는 점에서 또 외부영입이 앞으로도 지속된다는 점에서 한은의 조직문화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파격, 또 파격=김 총재가 인사 때마다 시도하고 있는 '연공서열 파괴'도 '조용한 한은'을 흔들어 깨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취임 후 첫번째 정기인사의 핵심 코드가 '세대교체' 였다면 올해 두번째 정기인사는 '세대교체+물갈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40대를 국장으로 전격 발탁했던 김 총재는 올해 정기인사에서는 측근을 대거 기용했다. 이성태 전 총재 사람으로 분류되던 주요 간부들이 모두 물러나고 그 자리를 소위 '김중수 맨들'이 채운 것. 또 세대교체를 통해 부총재보의 평균 연령을 50대 초반으로 낮췄다. 또한 박사 학위 소지자를 우대했는데 이를 놓고 한은 내부에서는 말들이 많다. 김 총재는 또 정기채용에서도 파격을 도입했다. 해외 전문인력을 기존의 10%에서 15% 수준으로 늘리고, 중앙은행과 연관된 분야의 연구로 전문성을 인정받은 해외 지원자는 채용에서 우대하는 조건도 신설했다. ▲인사실험 어디까지?= 취임 후 지속적으로 한은의 폐쇄성을 지적하고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김 총재의 성향으로 볼 때 한은개혁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대한 한은 내부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한은의 고질적 인사적체를 감안할 때 바람직하다는 평가와 함께 독단적 인사실험이란 비판도 거세다. 한은 관계자는 "김 총재의 개혁이 정체된 한은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개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 총재의 일방적 의사소통이 내부의 반발을 키우고 있다"며 "외부출신 총재가 한은의 독립성을 훼손시킨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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