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건 영화로 한다 - '러브 픽션'의 공효진 인터뷰

[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부담 없어요. 흥행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면 독립영화 '소와 함께 여행 하는 법'(2010) 개봉했을 때 흥행 스트레스로 죽었을 겁니다. 제가 흥행 배우가 아니잖아요. 필모그라피를 통틀어 제 최고 흥행작이 조연으로 출연한 '품행 제로'에요. 인기와 돈은 TV 드라마에서 얻고, 영화에서는 제가 정말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 합니다."거침없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영화 '러브 픽션'(감독 전계수)의 배우 공효진(33) 얘기다. 개봉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전국 관객 400만 명을 돌파한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의 하정우가 '러브 픽션'에서 공효진의 상대 역인 '구주월'로 등장한다. 한창 주가 상승 중인 하정우의 덕을 볼 수도 있겠지만, 전작의 흥행 세에 철저히 묻혀버릴 가능성도 있다. '러브 픽션'보다 일주일 늦게 개봉하는 '화차'도 있다. '화차'의 두 주연배우 이선균과 김민희는 익히 잘 알려진 대로 공효진과는 인연이 깊은 배우들로, 개봉 전부터 영화를 미리 본 시사회 관객들에게 심상치 않은 입소문이 흘러 나온다. '작은' 영화 '러브 픽션'이 두 '큰' 영화 사이에 딱 끼었다.
공효진의 머릿속은 평안하다. 1999년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로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상업성을 염두에 두고 영화 출연을 결정한 적이 공효진에게는 단 한 번도 없다. 관객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부담감은 있었다. '고맙습니다' '파스타' '최고의 사랑' 등 '빵빵' 터졌던 TV 드라마들과는 달리 그의 영화는 철저히 관객들에게 외면을 당했다. 고심 끝에 공효진이 선택한 작품이 '러브 픽션'이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공히 담보하고 있는데다가 공효진이 평소에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캐릭터가 구미를 확 당겼다. 그것 하나면 충분했다. 공효진은 '흥행에 누가 된 적도, 흥행에 이득을 준 적도 없는', 그저 연기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러브 픽션'은 독특한 로맨틱 코미디다. 여느 로맨틱 코미디에서 화자이자 주인공은 항상 여자의 차지다. 운명적인 사랑을 찾거나 친구와 연인의 기로에서 고민하는 등 로맨스를 푸는 줄기는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그 중심에 여자 주인공이 있고 그의 감정과 시선을 쫓아 극이 전개되는 것이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이었다. '러브 픽션'은 다르다. '러브 픽션'은 완벽한 연애와 사랑을 꿈꾸지만 현실은 '시궁창'인 남자주인공인 소설가 구주월(하정우 분)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
바야흐로 하정우가 펄펄 날 수 있는 판이 깔렸다. 쿨하고 완벽한 여자 희진 역의 공효진도 여느 때처럼 톡톡 튀는 명불허전 캐릭터 연기를 선보이지만, 극 구성 상 주월의 시선 안에 갇혀 있으며 분량도 주월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다. 일련의 TV 드라마들에서 언제나 상대 남자 배우를 압도했던 공효진의 과거를 떠올리면 '러브 픽션'은 다분히 의외의 선택일 수 있다. "처음부터 영화 포맷이 그랬어요. 철저히 주월 눈에 보이는 여자만이 스크린에 나오죠. 분량에는 불만이 없어요. 이야기 안에서 주월이 하는 짓이 너무 못 나서 여자 입장에서 화가 나긴 했지만, 남자 감독이 그린 희진 캐릭터는 무척 매력적입니다. 여자까지는 아니겠지만 여자의 속마음을 남자가 최대치로 이해하고 있어요. 여자들이 통쾌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곳곳에 있지요. 예를 들어 "너 오늘 왜 이리 까칠해. 생리하냐?"라는 말을 여자에게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감독이 알고 있더라고요.(웃음)"지난 13년을 연기자로 살아온 공효진은 배우라는 이름보다 자기 자신이 더 소중하다. 지난해 '블랙 스완 Black Swan'을 보면서 그토록 매력적인 역할을 따낸 나탈리 포트만이 잠깐 부럽기도 했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 그 역할에 뛰어들 생각은 없다. "저는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면서 자유롭게 살아요. 공인(公人)이라고 틀에 박힌 계몽적인 이야기만 해야 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잖아요. 다른 사람들에게 절대 해악을 끼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자유분방하고 즐겁게 살다 가야죠. 여자들이 동경하는' 워너 비(Wanna Be)'의 멋진 삶을 사는 것이 제겐 가장 중요합니다." 확실히, '공블리' 공효진이 남자보다 여자 팬들이 많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태상준 기자 birdcage@·사진_이준구(ARC)<ⓒ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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