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家 장녀의 역할은..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재벌가의 재산분쟁은 막장 드라마의 단골 소재다. 이미 수없이 반복된 탓에 '식상하다'는 평가를 받는 소재이지만 언제나 최고의 드라마 소재로 꼽힌다. 드라마에서나 그려질 법한 그런 소재가 현실이 됐다. 그것도 국내 최대 그룹인 삼성가가 주인공(?)이다.막장 드라마 소재가 현실의 최고 그룹에서 일어나다보니 더욱 짜릿하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 이맹희씨가 상속 소송을 제기했을때만 해도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삼성 계열사 직원이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미행했다는 CJ측 주장이 나온 데 이어 이건희 회장의 누나인 이숙희씨도 상속 소송에 가세하면서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쉴 틈도 안주고 막이 시작되자 마자 상황이 돌변하고 있다 보니 어떤 드라마보다도 더 뒷 얘기가 기다려진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부인 고 박두을 여사와의 사이에서 3남5녀를 낳았다. 이인희-맹희-창희-숙희-순희-덕희-건희-명희 순이다. 이들 중 이번 소송전에 가세할 형제가 더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벌써부터 다음 타자는 누구라며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돈이 피보다 진하다'란 말이 실감된다.상황이 이처럼 악화되자 결국 장녀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 나섰다. 한솔그룹은 "상속 문제는 1987년 이병철 회장 타계 당시에 이미 정리된 일이다. 그런 일을 이제 와서 다시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현재 하와이에 체류 중인 이 고문의 입장을 전했다.삼성과 CJ그룹간 불화가 이어질 때도 침묵을 지켰던 이 고문이 입을 뗀 이유는 분명하다. 이미 모든 상속을 마친 현 상황에서 차명 재산이 나타났다 해서 이를 유산 상속 분쟁의 대상으로 삼아선 안된다는 얘기다. 또 삼성이 자칫 집안싸움에 발목이 잡혀 글로벌 경쟁력을 잃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이 고문은 평소 이건희 회장이 선대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것을 대견하게 생각한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고 한다.삼성가의 재산다툼은 기업이미지는 물론 재계 전반에도 바람직하지 못한 일 인 것은 명확하다. 특히 상속이 이뤄진 뒤 수십년이 지난 후에 벌이는 형제간 싸움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소송 당사자들이 이 고문의 의도를 되짚어본다면 갈등이 의외로 빨리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이은정 기자 mybang2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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