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감기약 등 가정상비약 편의점 판매가 결국 무산됐다.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혈안인 국회의 직무유기 탓이다.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은 약사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았다. 일정상 18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법사위 의원들이 어떤 논리를 가지고 법안 처리를 반대한 것도 아니다. 회의가 길어져 의원들이 빠져나가는 바람에 정족수가 미달됐다. 그래서 '그냥 처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회 상임위 통과까지 꼬박 15년이 걸린 중요한 법안의 무산 이유치곤 황망하기 그지없다. 대한약사회장 출신인 원희목 의원은 상임위 논의 때 "가지 않아야 할 법인데 어쩔 수 없이 그냥 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전문가들이 "이런 저런 안전장치만 있으면 괜찮다"고 하는 타이레놀 간독성 문제를 이 자리에서 또 반복했다. 추미애 의원은 법안의 근본 취지와는 상관없는 문제를 들어 반대했다. 그가 약사법 개정안의 상임위 통과를 가로막고 내세웠던 명분은 '아르바이트 학생이 약판매 교육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국민의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국회의원, 핵심에서 벗어난 문제로 사회의 정당한 요구를 무시한 국회의원들의 처사에 많은 국민들이 분노를 느낀다. 그들이 약사회 모임에 참석해 "법개정에 반대할 테니 안심하라"고 떠들고 다니던 일과 겹쳐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합의가 담긴 약사법 개정안이 허무하게 폐기 수순을 밟던 27일, 18대 국회는 자신들의 일자리 정원을 늘리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가 의석수를 이렇게 늘려 가면 큰 일 아니냐고 말했다"며 "약사법 등 정부가 오랫동안 추진해온 법안들이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데 대해 대통령 입장에서 아쉬움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약사법 개정 무산은 '밥그릇에서 시작해 밥그릇으로 끝난' 부끄러운 일로 기록될 것이다.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이득을 독점한 이익집단의 밥그릇 그리고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자신의 이익 실현에만 활용하는 무적의 밥그릇이다. 이번에도 국민은 특권층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약사들이 자기 돈벌이에 도움이 되는 약을 집어주는 대로 삼켜야 할 것이다. 모두 국회의원 잘못 뽑은 탓이다.신범수 기자 answ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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