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유가 상승 속도에 탄력이 붙었다. 지난주 뉴욕상업거래소(NYMEX)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4월물 가격은 6% 가량 급등해 주간 기준 올해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주 WTI 4월 선물 가격은 배럴당 110달러에 육박했다. 지난해 5월 최고치인 109.77달러로 마감됐다. 핵개발 프로그램을 둘러싼 이란과 서방의 긴장이 고조되며 원유 공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유가 상승을 감내할 수 있다는듯 지난주 뉴욕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유가 급등에 기가 눌린듯 상승률은 제한적이었다. 유가 상승 가속도가 붙으면서 글로벌 기업 투자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리스 디폴트(채무 불이행) 문제를 둘러싼 유럽 부채위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유가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투자심리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다우 지수는 1만3000이라는 마디지수를 돌파했지만 안착에는 실패했다. 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0.26% 올랐다. 지난주 종가는 1만2982.95였다.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0.33%, 0.41% 오르며 2주 연속 상승했다.
◆당분간 유가상승 이어질듯= WTI와 함께 런던 인터컨티넨탈선물거래소(ICE)의 브렌트유 가격도 지난주 5% 가까이 급등했다. 종가는 배럴당 125.47달러였다. 이란과 서방의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핵개발 의혹과 관련해 미국과 유럽의 제재 수위가 높아지자 이란은 영국과 프랑스에 대한 원유 수출을 중단한데 이어 유럽연합(EU) 국가들을 상대로 추가로 원유 수출을 금지할 수도 있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며 공격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란도 이스라엘 공격 가능성을 시시하며 맞불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중재를 위해 이란과 협상에 나섰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이란은 IAEA의 군사시설 방문 요청을 거절했다. 중동 긴장감이 단기간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당분간 유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원유 수출을 중단하면 유가가 20~30% 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월가에서는 현재 유가에도 10~20달러 가량의 공포 프리미엄이 붙어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란 긴장 고조에 미국 휘발유 가격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지난해 갤런당 평균 3.228달러를 기록했던 전미 휘발유 가격은 지난주 3.647달러까지 상승했다. 이에 따라 향후 기업투자 및 소비 심리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7일 미 의회가 애써 승인했던 소득세 2%포인트 감면 연장안 효과도 유가 상승에 희석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던 2008년 7월 당시 갤런당 4.11달러까지 오른 바 있다. ◆그리스 잡음 여전=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1300억유로 규모의 그리스 2차 구제금융 합의가 이뤄졌지만 그리스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24~25일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에서는 유로존 부채위기와 관련한 국제통화기금(IMF) 재원 확충 방안에 대해 뚜렷한 결론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이 부채위기 해결을 위해 IMF 재원 확충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신흥국가들은 유럽이 먼저 성의를 보여기를 원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그리스 2차 구제금융에 대한 IMF의 지원 규모를 3월 중순에나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유로존이 얼마나 성의를 보이는지 우선 확인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다. 내달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가질 유럽연합(EU)이 오는 7월 출범할 유럽안정기구(ESM) 재원을 확대하느냐 여부를 먼저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IMF와 미국은 물론 EU 회원국 대부분이 현재 5000억유로 설정돼 있는 ESM 재원을 확충해야 한다는데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재원 확대에 반대하고 있어 변수가 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메르켈 총리가 이번 정상회의에서 재원 확대를 다시 거부하거나 논의를 3월 정상회의로 미루자는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IMF의 2차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 규모는 1차에 비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IMF가 그리스 2차 구제금융에 10분의 1 규모인 130억유로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1차 그리스 구제금융에서는 IMF가 3분의 1 가량을 기여한 바 있다. 그리스 국채 교환에 민간 채권단이 얼마나 참여할 지도 주목거리다. 그리스는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민간 채권단에 국채 교환 조건에 대한 참여 여부를 묻는 서한을 이미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는 내달 9일까지 민간 채권단의 참여 여부 응답을 받은 후 12일에 실질적인 국채 교환이 이뤄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리스는 지난주 의회에서 국채 교환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민간 채권단 중 66%가 참여하겠다는 응답을 하면 나머지 거부 의사를 밝힌 채권단에도 교환을 강요할 수 있는 '집단행동조항(CAC)'을 포함시켰다. 만약 66%가 참여하지 않으면 그리스의 부채 탕감 목표가 차질을 빚게 되고 다시 디폴트 우려가 고조될 수 있다. 설령 66%가 동의해 CAC가 적용될 경우 거부 의사를 밝힌 민간 채권단들이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그리스 문제 해결까지는 여전히 변수가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독일과 핀란드 의회는 오는 27일과 28일 그리스 2차 구제금융 지원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한다. 그리스 구제금융에 가장 냉소적이었던 양 국이었던만큼 진통은 있겠지만 표결은 승인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CB, 장기대출 입찰+버냉키 의회 증언= 유럽중앙은행(ECB)의 두번째 3년 만기 저금리 장기대출(LTRO) 입찰은 이번주 가장 중요한 이벤트 중 하나다. 두번째 LTRO 입찰은 오는 29일 실시된다. 지난해 12월 첫번째 입찰에서는 523개 유로존 은행이 4890억달러를 대출받았고 덕분에 유럽 신용경색 우려가 크게 줄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번째 LTRO 입찰에서 대출 신청 규모는 첫번째보다 크게 줄어 3000억유로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부터 2조유로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다양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두번째 LTRO는 지난주에도 달러 대비 2.3%나 오르며 1.34달러선으로 올라선 유로의 상승세에도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 주목할만한 이벤트로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반기 통화정책 증언이 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29일에는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1일에는 상원 은행위원회에 통화정책과 경기 현황에 대해 증언한다.핌코의 토니 크레센치 포트폴리오 매니저 겸 투자전략가는 "버냉키가 경기 개선을 껴안는데 주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경기가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유럽 부채위기와 글로벌 경기둔화 등의 위험요인을 언급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29일에 하원에 출석해 통상정책에 대해 증언할 예정인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어떤 발언을 할 지도 주목거리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발언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리언 페네타 미 국방장관은 28일 상원 예산위원회에서, 29일 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2013회계연도 예산안에 대해 증언한다. 미 공화당은 28일 미시간과 애리조나에서 프라이머리를 개최한다. ◆美 제조업지수 5개월 연속 상승 기대= 이번주 주목할만한 미 경제지표로는 1월 미결주택판매(27일) 1월 내구재 주문, 지난해 12월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 2월 소비자신뢰지수(이상 28일) 2월 시카고 구매관리지수(PMI),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정치(이상 29일) 1월 개인소득과 개인소비, 2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 2월 건설지출, 2월 자동차 판매(이상 1일) 등이 있다. 월가 예상에 따르면 ISM 제조업 지수가 5개월 연속 상승하고 개인소비 증가율도 확대되는 등 전반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S&P500 중 461개 기업이 분기 실적을 공개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어닝시즌은 S&P500 24개 기업이 실적을 내놓는다. 로우스(27일), 코스트코 홀세일, MBIA(이상 29일) 크로거(1일) 등이 실적을 공개한다. 박병희 기자 nu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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