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앓] 김수훤 전하, 저희 곁을 떠나지 마시옵소서

이게 다 ‘김수훤’ 때문입니다. 요즘 어떤 드라마를 봐도 미간을 찌푸리며 자고 있는 남자 주인공만 보면 저도 모르게 TV에 손을 갖다 댑니다. 옆에서 엄마가 이상한 눈으로 쳐다봐도 어쩔 수 없습니다. MBC <해를 품은 달>에서 이훤 앓이는 에서 끝나는 줄로 알았습니다. 그래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첫사랑을 지켜주지 못한 남자의 상처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 전하, 제 앞에서 감히 멀어지지 마십시오! 팬명입니다. (인사동에서 원 모양)
우리 다 같이 한 번 외치고 시작하죠. 진구야, 누나가 미안해. 의 뺨에 손을 뻗은 지 얼마나 됐다고 그새 다른 남자의 이마를 탐하고 계신 겁니까? 물론 환자 분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닙니다. 김수현이 어린 연우(김유정)을 생각하며 고 중얼거렸을 때, 여진구의 “잊으려 하였으나, 너를 잊지 못하였다”는 대사가 오버랩 되셨을 겁니다. 두 남자의 다른 듯 닮은 고백이 환자 분을 미혹시킨 거죠. 여진구가 슬프면 슬프다고 말하고 울고 싶으면 눈물을 터뜨리는 훤이었다면, 김수현은 혼자 그 아픔과 상처를 감당하는 훤입니다. 신하들 앞에서는 위엄 있는 왕 행세를 하고 중전에게는 , 깊은 밤 쉽게 잠들지 못하고 연우의 이름을 부를 땐 당장이라도 달려가 이마를 짚어주고 싶은 마음이에요. 연우는 이미 과거의 사람이 되었고 그 사이 훤은 한 나라를 책임지는 왕이 됐으니, 다들 연우를 향한 훤의 그리움이 사라진 줄 압니다. 허나, 연정이라는 게 어디 그렇게 쉽게 사그라지는 감정인가요? 항상 눈물을 삼켜왔던 훤이 며 기어이 무너질 때, 우리는 이 남자가 그동안 얼마나 혼자 끙끙 앓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훤의 울먹거리는 목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미어지는 건, 김수현이었기에 가능한 기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절대 멋있게 우는 법이 없어요. 극 중 상황을 위해 우는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습니다. 정말 아프게, 서럽게 웁니다. SBS <아버지의 집>에서 아버지(최민수)의 품에 안겨 라며 울던 재일의 모습은 정말 태어나서 처음으로 소리 내 엉엉 우는 아이처럼 느껴졌어요. SBS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서 도, SBS <자이언트>에서 어린 나이에 가족을 책임져야 했던 성모도, KBS <드림하이>에서 중요한 무대에 오르기 직전 도 모두 자신의 아픔 따위는 가슴 한 구석에 묻어놓고 내 여자, 내 사람을 지켜주는 사내였습니다. 겉으로는 강하고 우직해보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꽉 안아주고 조심스레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은 남자. 이 어려운 지점을, 김수현은 대사 한 마디 없이 눈빛만으로도 표현해 냅니다. 그렇게 여진구를 품었던 누나들의 마음을 금세 자신에게 돌려놓고야 만 김수현, 그의 농약 같은 어명을 거역할 자신이 있다면 환자분은 아직 완치의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차마 외면할 수 없다고요? <hr/>앓포인트: <u>김수현의 [농약 같은 어명]</u><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지금 네 마음은 어떤데?” 가장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내가 좋아하는 여자의 진심이다. 강진(김수현)은 지완(남지현)이 복수를 위해 자신에게 접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물어본다. 마치 지완의 마음을 꿰뚫어볼 것 같은 기세로 쳐다보면서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화를 돋우는 강압적인 말투지만 왠지 싫지 않다. 자꾸만 빠져든다. 그러니까 내 진심은 말이야...☞☜<드림하이>, “안 가면 안 되겠나? 그냥 여기 있어주면 안 되겠나?”삼동(김수현)은 원래 꿈이었던 성악을 공부하겠다며 미국으로 돌아가려는 혜미(수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방문을 사이에 둔 애잔한 고백. 미국에 금송아지가 수백 마리 있대도 가고 싶지 않게 만드는 간절한 목소리. 는 ‘가지 말라’는 직접적인 요청보다 더 상대방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법이다. 제가 가긴 어딜 가겠어요. 숲을 움직이는 송삼동 오빠 곁에 딱 붙어있을게요.<해를 품은 달>, “감히... 내 앞에서 멀어지지 마라”입만 보면 호되게 꾸짖는 것 같지만 눈을 보면 ‘왜 나를 떠나려 하느냐’는 애절함이 가득 차 있다. 자신의 임무를 다했으니 이제 곁을 떠나겠다는 월을 향해 훤은 “누가 너더러 마음대로 떠나라고 허하더냐”는 호통으로 시작해 라고 울부짖는다. 전하, 멀어지긴요. 더 가까이 다가가겠사옵니다. 소인, 어디에도 가지 않고 전하 곁을 밤새 지킬 것이옵니다. <해를 품은 달>, “꼴도 보기 싫으니 당분간 돌아서 있으라”사실 일편단심의 아이콘은 훤이 아니라 형선(정은표)이다. 훤이 쓰러졌을 때 가장 먼저 달려 온 사람도 형선이요, 훤이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곧이듣는 사람도 형선이었다. 그런 형선에게 훤은 얼마나 매몰찼는가. 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다가 사소한 농담을 하나 던졌을 뿐인데 대번 고 버럭 화를 냈다. 전하, 바라옵건대 연우를 생각하는 마음의 백 분의 일이라도 형선에게 쏟아주시옵소서. 얼마 되지도 않는 거리를 총총걸음으로 물러나는 형선이 가엾지도 않으십니까?<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이가온 thirte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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