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지영 절필 선언, 성숙한 인터넷 문화는 언제쯤?

[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고등어'의 스타 작가 공지영(49)이 인터넷 절필을 선언했다. 36만4000여명의 팔로어(구독자)를 보유한 대표적인 파워 트윗 사용자로 최근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와 관련한 '비키니 시위' 인증샷을 비난했던 공씨는 8일 밤 자신의 트윗(@congjee)을 통해 트윗 활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형이 확정돼 청주 교도소에 수감 중인 정봉주(52) 전 의원과 나꼼수 지지 세력의 비난 공세 때문이다.공씨는 "저도 당분간 트윗 접습니다. 잘 쉬고 새 소설 좀 쓰다가 돌아올게요. 더 씽씽한 글로. 건투!!"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앞서 공씨는 "정 전 의원을 면회하고 왔다"고 밝히고 정 전 의원이 진보 성향의 여성 커뮤니티 '삼국카페'에 사과편지를 보냈음을 트윗으로 알렸다. 삼국카페는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정 전 의원에 대한 '비키니 응원' 논란과 관련해 '성욕감퇴제 복용' '코피 조심' 등 나꼼수 구성원들의 언급을 비판했었다.공씨의 트윗이 뜬 후 정 전 의원 지지자들은 일제히 공씨를 맹공격했다. 지난달 30일 "(비키니 응원 논란은) 매우 불쾌하며 당연히 사과를 기다린다"는 말로 문제를 키운 당사자가 왜 사과 소식을 전하느냐는 것이다. 정 전 의원 지지자들은 "제발 나꼼수에 관여하지 마시죠" "기어이 감옥에서 고생하는 분한테 사과를 받아내셨군요. 이 말도 안 되는 사태를 누가 만들었는데"라는 비난의 글을 트윗에 올렸다. 공격적인 답 글이 잇따르자 공씨는 "이런 식으로 연예인이 자살할 수도 있었겠다 절감했다"라는 말로 인터넷에 대한 강한 회의감을 표했다.이 사건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차갑다. 공씨와 나꼼수 중 누가 옳다 그르다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세계에서 인터넷이 가장 발달된 인터넷 최강국이지만, 정작 인터넷 공간에서 사용자들이 각자의 의견을 주고받는 토론 문화는 여전히 후진국 수준이다. 한 사람의 주장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하이에나처럼 우르르 몰려가 온갖 악성 글들로 '도배'하고, 결국 그의 입을 막아버리고야 마는 인터넷 공간은 흡사 야생(野生) 속성의 아프리카 정글 같다. 발달된 기술에 어울리는 성숙하고 신중한 토론 문화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태상준 기자 birdcag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문화부 태상준 기자 birdcage@ⓒ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