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社主 감추고 직원 동원 조직적 문제 유출...해커스 '출제 경향 파악한 것 뿐'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TOEIC(토익) 족집게 강의’로 명성을 얻어 연매출 1000억원대 어학교육 업계 선두를 달리던 해커스 교육그룹이 조직적으로 직원을 동원해 시험문제를 불법 유출한 사실이 적발됐다.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김영종 부장검사)는 6일 저작권법 위반 및 업무방해 혐의로 조모(53) 해커스 그룹 회장 등 임직원 6명을 불구속·약식기소했다. 해커스어학원·해커스어학연구소 두 법인도 같은 혐의로 기소됐다.검찰에 따르면, 모 지방 국립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 중인 조 회장은 본인의 처·아들 등을 내세워 본인의 신분을 철저히 숨긴 채 해커스그룹을 이끌어 왔다. 검찰 조사 결과, 해커스 그룹은 지난 2007년부터 올해 초까지 연구원·직원 등을 미국 교육평가원(ETS)이 주관한 토익이나 서울대 언어교육원 주관 TEPS(텝스) 시험에 응시하게 해 문제를 유출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조 회장 등은 파트별로 암기를 맡을 직원들을 미리 나눠 초소형 카메라·녹음기 등을 지급하고 당일 시험이 끝나면 1시간30분~3시간 만에 문제를 회사 마케팅팀에 전달하게 했다. 회사에 전달된 문제는 외국인 연구원들의 검토를 거쳐 실시간으로 학원 게시판에 문제와 정답으로 올려졌다. 검찰이 확인한 것만 토익 49차례, 텝스는 57차례에 걸쳐 문제가 유출된 것으로 조사됐다.검찰에 따르면, 해커스 측은 불법 문제 복원을 감추기 위해 사내 통신망의 접근 권한을 단계별로 구분하고, 해당 망을 통해 보고와 지시가 이뤄지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 유출 작업에 동원된 인력은 전체 250여명의 직원 중 60여명 가량으로 해커스 측은 일체의 자료 반출을 금지해 ‘비밀 유지’에 나섰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해커스그룹은 이와 같은 과정으로 불법 유출해 복원한 문제를 바탕으로 강의 및 교재제작 등에 활용해 지난 2010년 연매출 1000억원, 360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거둬 국내 토익업계 1위를 내달린 것으로 전해졌다.검찰 관계자는 “2006년부터 ETS산하 한국 토익위원회 등에서 해커스 측에 항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으며 ETS 측의 진정을 통해 사건 수사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조직적으로 시험 문제를 불법 유출한 구조적 비리를 파헤친 첫 사례"라고 덧붙였다.한편, 해커스측은 이날 반박 자료를 내 “영어기출문제의 복기는 출제경향 파악을 위한 것으로, 새롭게 창작된 문제를 수록한 해커스의 교재는 저작권 침해는 물론 업무방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정준영 기자 foxfur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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