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체들은 오랫동안 '뻥튀기 연비'로 소비자들을 속여 왔다. 업체가 표시한 연비가 실제 연비보다 평균 23.7%나 부풀려져 있다는 지식경제부의 지난해 조사 결과가 이를 잘 말해준다. 사정이 이렇자 정부는 올해부터 실제 주행 여건을 반영한 새로운 규정에 따라 인증 절차를 밟은 연비를 표시하도록 했다. 하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 시장에 나온 12종의 신차 가운데 새 규정대로 연비를 표시한 차는 재규어의 XKR 5.0SC와 크라이슬러의 300C 디젤 2개뿐이다. 현대차의 i40 살룬, 르노삼성의 SM5 에코 임프레션, 쌍용차의 코란도 스포츠 등 국산차 3개와 도요타의 캠리, BMW의 미니 쿠퍼 디젤, 포드의 익스플로러 2.0에코부스트 등 수입차 7개는 종전 규정을 따른 연비로 표시했다. 자동차업체들이 '꼼수'를 쓴 결과다. 새 규정에 따라 인증 절차를 밟으면 종전보다 연비가 10% 이상 낮게 나올 게 뻔하자 업체들은 지난해 말 서둘러 예전 규정으로 인증을 마쳤다. 지난해 인증을 받은 경우 올 3월 내에만 내놓으면 된다는 제도상의 틈을 노린 얄팍한 수법이다. 업체들은 판매에 앞서 1~2개월의 준비 기간이 필요해 미리 인증을 받은 것뿐이라고 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을 사람은 없다. 크라이슬러는 300C 디젤 모델을 지난해 12월 인증을 받으면서도 자진해서 새 규정을 따랐다. 정부의 업자 편들기도 문제다. 지난해 연비 인증을 받은 경우 3개월의 유효 기간을 인정해 준 것은 소비자 입장보다 업체 편의에 무게를 둔 것이다. 엔진이 바뀌지 않은 채 새로 출고되는 모델에 대해서는 1년간 새 제도 적용을 미룬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가 새 제도를 올해부터 시행하겠다고 한 게 지난해 8월이다. 준비 기간은 충분했다. 유예 기간을 따로 둘 만한 이유가 없다. 새 차을 내놓으면서 지난해 측정한 종전 방식의 연비로 '연비가 좋은 것처럼' 부풀려 선전하는 건 소비자를 속이는 일이다. 신차는 모두 연비 인증을 다시 받아 정확한 정보를 알려야 한다. 정부도 모델이나 엔진 교체여부에 관계없이 새로 나오는 차는 모두 새 규정을 따르도록 조치하는 게 옳다. 그렇지 않는다면 자동차회사를 봐주느라 국민과 소비자의 권익은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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