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걱정해주는 동네 의원, '제너럴 닥터'

[아시아경제 채정선 기자]

▲ 이미지 출처=제너럴닥터(//generaldoctor.co.kr/)

19일 오후 8시 홍대 앞 제너럴 닥터. 20여 명이 모여 앉아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의 워크숍은 지난 5일에 이은 두 번째 자리다. 첫 번째 워크숍에서는 '병원에 가서 진료실에서 의사를 만나는 과정’에 대한 경험을 나누었다. 두 번째는 이것에서 발전해 보다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보는 자리. 상황은 연극으로 진행되었다. 기존의 진료실과 희망하는 진료실의 모습을 각자 환자와 의사가 되어 연기했다. 심각할 것 같지만 모두 진지하고도 즐거운 모습, 확실히 흔히 보는 병원의 모습이 아니다. 이것은 HXD 워크숍이다. Health Experience Design으로 ‘건강 경험 디자인’. 생소하지만 뜻은 간단하다. 인간적인 건강(의료) 경험을 위해 환경과 기구, 커뮤니케이션을 재구성하려는 노력. 더 쉽게 말하자면 ‘어떻게 하면 더 인간적인 진료 경험을 가질 수 있는가’다.

▲ 이미지 출처=제너럴닥터(//generaldoctor.co.kr/)

긴 대기시간, 짧은 진료. 그 짧은 진료에서 불편함을 느껴본 적이 있다면 어째서 인간적인 의료 경험이 필요한 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김승범 원장(사람들은 김제닥이라 부른다. 제너럴닥터의 줄임말)은 이러한 환경을 개선해보고자 의료 환경 디자인으로의 접근을 시도한 것이었다. 이를 위해 자격 제한 없이 참가자 신청을 받았고 즐겁고도 의미 있는 워크숍이 시작되었다. “교육이 가장 좋은 변화의 시작이겠지만 사실 이건 과거의 패러다임이 아닐까 생각한다. 교육만으로는 절대 바뀌지 않는 게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디자인에서 출발하자고 생각했다. 비인간적인 걸 바꾸는 건 디자인이다. 이건 뭐지?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이런 새롭고 재미있는 것들이 세상을 바꾸지 않나. 그래서 워크숍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워크숍 말미, 김승범 원장의 설명이다. 얼핏 디자인, 그것도 의료 환경 디자인이라면 생소하다. 이것은 작지만 큰 변화들을 일컫는다. 간호사의 역할이 조금 달라지는 것, 자잘하게나마 대기 공간에 의사의 인간적 흔적을 보여 주는 것들도 이에 포함된다. 실제 제너럴닥터에는 김승범 원장의 어린 시절 사진이 붙어 있었다. 인간적 나눔의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대기실의 변화, 진료실의 변화, 진료 시간의 변화들이 모두 새로운 의료 환경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 이미지 출처=제너럴닥터(//generaldoctor.co.kr/)

제너럴닥터는 인간적 의료 환경을 위해 꾸준히 개선된 모습을 보여줘 왔다. 예를 들어, 처방전을 지시하면 그대로 따르기만 했던 것과 달리 사람들은 김승범 원장과 이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다. 서너 차례 오가는 이메일을 통해 궁금증을 해결하고 좀 더 장기적인 숙지를, 지침을 따르게 된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건강을 관리하다보면 사람들은 의사와 좀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게 된다. 주치의처럼 자신의 건강을 돌봐주고 염려해주는 이. 그런 의사와 진료가 있는 병원이 제너럴닥터다. 그간 못 보던 병원. 제너럴닥터는 2007년에 문을 열었다. 당시로는 한편에 카페가 있는, 그저 신선한 병원이었다. 1차 진료, 바꿔 말하면 동네 의원과 같은 역할을 하는 이곳은 좀 더 인간적인 진료를 표방한 김승범 원장의 뜻에서 출발했다. 2008년에는 정혜진 원장이 합류하고 2010년에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NHN) 본사에도 제너럴 닥터가 생겨났다. 이렇게 꾸준히 유지하고 도모할 수 있었던 것, 그들의 뜻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제너럴닥터의 인간적 의료를 이해하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김승범 원장은 지난해 5월 의료 생협을 시작했다. 현재 500명 정도의 조합원이 모였고 올 상반기에는 10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소소한 건강관리는 물론, 온라인을 통해 언제고 문의가 가능한 주치의를 두는 셈이다.

▲ 이미지 출처=제너럴닥터(//generaldoctor.co.kr/)

향후 제너럴닥터는 진행 중인 워크숍 결과를 꾸준히 온라인에 구축해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차후 의료계에 종사하는 이들이나 기업이 참가해 더 나은 환경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의료생협이나 워크숍이나 안정권에 들어서게 되면 언젠가는 더 먼 지역에 있는 이들도 제너럴닥터의 의료 환경을 경험할 수 있도록 제 2, 3의 제너럴닥터를 만들고 싶다”고 김승범 원장은 전한다. 제너럴닥터의 워크숍은 의미 있는 하나의 움직임이라고 했다. 학생부터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모여 들어 함께 문제를 공감하고 해결해보려는 움직임.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제너럴닥터의 워크숍은 해당 웹사이트(//hxd.generaldoctor.co.kr/)를 통해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의료생협과 워크숍에 관심이 가는 이들은 들러 보길 권한다. 채정선 기자 es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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