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직..포기하기엔 너무 '막강한' 그 자리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공직선거 후보자 추천, 주요 당직자 임명, 당무 전반 총괄, 중앙당 조직 및 관리, 자금 운용 및 관리 등등. 대한민국에서 정당 대표가 갖는 권한은 이처럼 크고 막강하다. 공직선거 후보자 및 당 대표 후보 경선에 국민참여의 여지가 커지면서 권한이 다소 줄어든 측면도 있지만 당 중앙조직이나 대표의 개념이 아예 없는 국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견고하다. 그래서 당 대표 제도를 없애자는 주장도 나온다. 인물 중심의 권위주의적 장치라는 이유에서다. 최근 정국을 달구고 있는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사태도 같은 맥락이다.<strong>◆정치인 '생명줄' 쥔 당 대표</strong> = 당 대표를 '당 대표'일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권한은 역시 공천권이다. 당 대표로 압축되는 지도부의 공천 없이는 어떤 정치인도 해당 정당의 이름으로 공직선거에 나설 수가 없다.물론 최근에는 정당별로 공천심사기구를 둬 당 대표와 지도부의 독주나 독선을 견제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공천심사기구 구성원 임명, 최종 승인 등의 과정에 당 대표의 입김이 미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에 '국내 주요 정당의 공천권이 당 대표에서 분리됐다'고 보는 사람은 아직 많지가 않다.따라서 정치인들은 현역 국회의원인지 여부를 막론하고 당 대표에게 줄을 대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 당 대표가 되려는 정치인 역시 이런 생리를 잘 알기 때문에 돈봉투까지 뿌려가면서 대표직을 거머쥐려고 한다.<strong>◆당 대표 거친 인물은 누구?</strong> = 역대 주요 정당의 당 대표들 면면을 보면 당 대표의 상징적인 가치를 잘 알 수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민자당 등에서 '총재'라는 직함으로 대표직을 맡았었다.김대중 전 대통령 또한 새천년민주당·신민당·평화민주당 등에 총재로 몸담았다.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 역시 신한국당·한나라당 총재 등을 두루 거쳤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은 민정당 총재였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들 가운데 이례적으로 정당 대표직을 맡은 바가 없다.<strong>◆"당 대표 및 중앙당 폐지" 목소리도</strong> = 이렇다보니 일부 정치인들은 당 대표 제도 및 이 제도의 기반이 되는 중앙당 조직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두언·남경필 등 한나라당의 소위 '쇄신파' 의원들이 대표적이다.이들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돈봉투 사건의 배후는 중앙당 체제와 당 대표 체제"라면서 "이들 제도를 폐지해 실질적인 원내정당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이들은 동시에 ▲당원협의회(구 지구당) 개편 ▲강제적 당론 폐지 ▲당정협의 폐지도 강조했다.정당법 개정으로 폐지된 지구당이 당원협의회로 이름을 바꿔 여전히 구태를 이어가고 있고, 당론 중심의 의사결정 과정이 의원들을 거수기로 전락시켜왔으며,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되는 당정협의 때문에 행정부가 국회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strong>◆"당 대표제, 인물중심 구태정치 원인"</strong> = 이들의 구상은 미국식 원내정당 모델이다. 당에 중앙조직이나 대표가 없어 개별 의원들의 자율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공천이나 자금 문제로 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비교적 작은 게 특징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는 "지금 체제에서는 공천권 등 정당 운영을 위한 모든 권한이 대표에게 집중되고 이에 따라 계파, 계보가 생겨 철저하게 인물 중심의 정당정치로 흐를 수밖에 없다"면서 "모든 정치갈등의 근원은 이처럼 비대한 정당의 구조"라고 설명했다.김 교수는 또 "개별 의원들이 중앙당이나 대표의 틀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갖고 크로스보팅(교차투표ㆍ의원이 소속 정당의 당론과 상관 없이 유권자의 의사나 자신의 소신에 따라 표결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제도로 하루 빨리 바뀌어야 한다"면서 "인물과 정책을 바꾸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지적했다.김효진 기자 hjn2529@<ⓒ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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