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둘러싼 CNK인터내셔널 주가조작 의혹이 이른바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되고 있는 가운데 올 초 국세청의 세금 추징을 피해간 '카자흐스탄의 구리왕' 차용규(56, 사진)의 신화 또한 상당 부분 과장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차씨는 2005년 10월 자신의 지분이 포함된 카자흐스탄의 구리 채광·제련업체 카작무스를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시켜 시가총액 100억달러가 넘는 회사로 키워낸 세계적인 부호로, 그의 이름 앞에는 곧잘 '샐러리맨의 신화'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하지만 국세청이 역외탈세 단속 차원에서 차씨의 재산을 조사하던 중 실제 그가 가진 재산은 3400억~4000억원대로 밝혀졌고, 여기에 부과된 1600억원대의 세금마저 내지 않아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1956년생인 차씨는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삼성물산에 근무하던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그가 독일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1995년 삼성물산이 카자흐스탄 최대의 구리회사 카작무스의 위탁 경영을 맡으면서 차씨는 카자흐스탄의 수도 알마티 지점장으로 발령받는다.이곳에서 그는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카작무스를 세계 9위의 구리 제련업체로 재기시켰고, 삼성물산이 2000년 카자흐스탄 정부의 요청으로 카작무스 지분 45%를 취득한 뒤에는 회사의 공동대표도 맡게 된다.2004년 삼성물산이 이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차씨는 현지 고려인 3세인 블라디미르 김과 함께 카작무스의 지분을 대거 인수한다. 이후 2005년 회사를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시켰고, 때마침 세계 구리 시장의 호황세를 타고 카작무스는 시가총액 100억달러에 이르는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발돋움했다.차씨는 2007년 돌연 보유 주식 전부를 14억달러, 한화 1조5000억여원에 매각하면서 같은 해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1000대 거부 754위에 오르기도 했다.이후 홍콩에 거주하면서 은마아파트 상가 등 국내 부동산과 증시에 투자해 온 것으로 알려졌던 그는 지난해 5월 국세청이 지분 매각으로 번 1조원대 소득에 대한 역외탈세 및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부동산 투자 탈세 혐의로 조사를 시작하면서 다시금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차씨는 국세청의 조사가 시작되자 자신이 매각한 카작무스 지분 중 상당수가 사업 파트너인 블라디미르 김씨의 소유이고 본인의 몫은 3400억~4000억원대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내용이 일부 받아들여지면서 세금 또한 당초 예상보다 축소된 1600억원을 부과받았으나 차씨는 이마저도 낼 수 없다며 '과세전(前) 적부심'을 신청했고, 심사 당국이 차씨의 손을 들어주면서 결국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게 됐다.한편 포브스에 따르면 차씨는 주식투자 실패 등으로 자산의 상당 부분을 날린 것으로 전해졌다. 포브스가 밝힌 차씨의 자산은 2009년 기준 4억달러(4300억원)로, 2007년 14억달러와 비교할 때 70%나 감소했다.국내 자산 순위에서도 2007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롯데홀딩스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에 이어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와 함께 공동 7위를 기록했던 그는 2년 후에는 29위까지 떨어져 현재는 집계 순위에도 포함되지 않고 있다.조인경 기자 ikj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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