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요즘 글로벌 경제가 굉장히 안 좋은 상황에서 일자리창출이니, 동반성장 등의 (정부와 정치권의)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경기흐름을 봐서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상황인데 무턱대고 '따르라'는 식이다. 일괄적인 주문만 내놓기 보다는 기업이 정말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으며 좋겠다."얼마 전 저녁모임에서 잘 알고 지내던 경제계 인사가 던진 말이다. 그는 "자원이 많지 않은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설 수 있었던 건 신바람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요즘 주위를 보면 신바람은 커녕 서로 분위기 깎아내리기 바쁘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기업 경영환경을 봐도 마찬가지"라며 "글로벌 톱 기업들이 쓰러질 정도로 경영 환경이 불안한 상황에서는 기업 투자와 활력을 높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정부와 정치권은)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의 얘기를 그저 재계의 볼멘소리 정도로 치부하기에는 나름의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한 때 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했던 우리가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신화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잘살아 보세'라는 구호 아래 전국에서 요동쳤던 신바람 문화와 불굴의 기업가 정신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대한민국이 지금 IT 강국이 된 비결도 마찬가지다. 외환위기 직후 불었던 벤처와 인터넷 열풍이 우리 국민 특유의 신바람 문화와 창조적 기업가 정신과 결합하면서 수년만에 우리를 IT강국으로 끌어올렸다.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엔 이런 성공 DNA가 없어졌다. 대신 한숨만 깊어졌다. 서민들은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기업인들은 경영하기 어려워졌다고 투덜거린다. 정치권은 창조적 기업가 정신이 실종됐다며 '기업탓'으로 돌리기 바쁘다. 이같은 한숨속엔 서로에 대한 분노까지 느껴진다.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서로 싸우기 바쁜 정치권, 자고 나면 뛰는 물가, 높은 실업률, 기대 이하의 경제성장률,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 기업가정신 실종 등 해석 주체에 따라 원인은 제각각이다. "생뚱맞지만 여야 정당 대표와 대표 기업인들이 서로 칭찬하는 토론회나 정부와 기업이 서로 잘했다며 칭찬하는 세미나 등이 필요하다. 서로 비난하기 바쁘다 보니 자신감을 잃었고 우리 특유의 신바람과 기업가정신을 찾기 힘들어 진 것"이란 경제계 관계자의 말이 아직도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대한민국 기업과 모든 국민이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도록 누군가가 신바람의 기를 북돋아 주길 기다려 본다. 지금은 힘을 한순간에 모을 광풍 같은 신바람이 필요한 때다.이은정 기자 mybang2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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