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건 없이 신분만 밝혔다
[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경기도 남양주소방서 119 상황실에서 일하던 소방관 2명이 신분을 밝힌 김문수 경기지사의 전화를 장난전화로 오인해 응대했다가 다른 소방서로 전보 발령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인터넷에선 당시 대화기록을 녹취한 파일이 돌고 있는데,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소방관이 아닌 김 지사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특히 소방관이 전화응대 매뉴얼을 위반했는지 여부, 도지사라고 해서 119 상황실에 전화한 목적을 밝히지 않고 상대방의 관등성명을 요구할 수 있는 지 등이 쟁점이다. 급기야 김 지사의 전화통화 내용은 정치권으로까지 파장이 옮겨 붙었다. 잦은 설화에 시달리던 김 지사가 이번엔 전화(電禍)를 겪고 있는 셈이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김 지사는 지난 19일 남양주의 노인요양원을 방문해 암 환자 이송체계 등을 문의하기 위해 남양주소방서 119 상황실에 직접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남양주소방서 상황실 근무자는 김 지사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자 장난전화로 오인했다. 김 지사는 용건을 밝히지 않은 채 여러 차례 "도지사인데 누구냐"고 물었고 근무자는 "왜 그러시느냐, 무슨 일인지 말씀하시라, 일반전화로 하시라"며 2분 정도 응대하다 먼저 전화를 끊었다. 김 지사는 바로 다시 전화를 걸어 다른 근무자에게도 신분을 묻고 이번엔 먼저 전화를 끊었다. 김 지사는 두 번의 전화에서 모두 9차례에 걸쳐 "김문수 지사"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혔지만 용건을 말하지는 않았다. 그 뒤 김 지사는 도소방재난본부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고, 도소방재난본부는 지난 23일 김 지사 전화를 받은 해당 근무자 2명을 포천과 가평소방서로 인사 발령했다. 백원우 민주통합당 행정안전위원회 간사는 "이번 일은 정말 한나라당스럽다"면서 "직원을 시켜 알아보거나 행정절차를 거쳐 확인하면 될 일을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했다고 전보 조치를 시킨 것은 분명히 잘못된 권위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김 지사의 미니홈피에 어제부터 3500여개의 댓글을 달며 "장난전화에 시달리는 소방관의 어려움을 무시한 권위적인 대응"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직위와 이름을 밝히지 않고 먼저 전화를 끊은 것은 명백히 응급전화 응대관련 근무규정 위반"이라며 "도지사의 전화이기 때문에 인사조치 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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