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해양환경관리공단 해양보전본부장
지구는 전체 면적의 71%가 물로 덮여 있다. 지구(地球)보다 수구(水球)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 이렇게 지구를 넓게 뒤덮고 있는 해양은 이산화탄소의 50%를 흡수한다. 또 담수의 3분의 1 이상과 산소의 75%를 생산하는 등 지구의 허파와 같다.해양환경이 지구 온난화로 급격히 변하고 있다. 지구에서 발생한 열에너지 중 80% 이상이 해양에 흡수돼 과거 40년간 수온이 0.1℃ 상승했다. 이로 인해 빙하가 녹아 전 세계의 해수면이 72㎜ 높아졌다. 특히 서귀포는 같은 기간 144㎜나 높아져 최근 10년간의 상승률이 지난 30년간 변화치의 2배에 달한다. 해가 갈수록 상승률이 커져 대책이 필요하다.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등 국제환경기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어류남획과 육상오염물질 유입, 서식처 파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연안과 해안 생태계의 붕괴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회생 가능성도 암울한 상태로 재앙의 수준이다. 대기 중에 증가한 이산화탄소는 해수에 용해돼 해양의 산성화를 초래한다. 해양 산성화는 미세한 해양생물의 생장에 영향을 주고 나아가 해양생태계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지구의 온난화 속도보다 해양의 온난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이다. 이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양의 변화와 영향이 우리가 예상하고 있는 범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양환경 보호와 해양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은 더 이상 미루거나 피할 수 없는 중요한 시대적 사명이다. 해양환경의 위기가 가시화되는 이때 기후변화협약이 이번 제17차 당사국총회에서 2012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2008-2012)를 2013년 이후에도 연장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미국, 중국, 인도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들은 여전히 현 기후변화체제의 회원국에 속해 있지 않고 기존 회원국인 일본, 러시아, 캐나다 등의 미온적 참여가 예상되고 있다. 실효성 있는 기후변화 대응이 미흡한 실정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비(非)의무감축국으로 자발적인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있지만 2020년 후 선진ㆍ개도국의 모든 당사국이 참여하는 새로운 기후변화체제에 있어서는 온실가스를 의무 감축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야 한다.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5개년계획(2009~2013)을 수립했다. 2020년까지 세계 7대, 2050년까지 5대 녹색강국 진입을 목표로 국민의 일상생활과 의식 변화를 위해 'Me First 녹색은 생활이다'라는 슬로건을 내놓은 지 오래다. 또 해양환경 보전을 위해 무안갯벌, 순천만 같은 11곳의 습지보호지역과 제주도 문섬 같은 생태계보전해역 4곳을 포함해 15곳의 해양보호구역을 법으로 지정 및 관리하고 있다. 앞으로도 생태계적으로 우수한 지역들은 해양보호구역으로 확대 지정할 예정이라고 공표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주변 해역에 대한 물리ㆍ생태적 정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ㆍ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미래의 해양변화를 보다 정확히 예측하기 위한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온실가스 저장이나 감축을 위해 CCS(이산화탄소 포집 및 처리기술)와 해양에너지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해양 생물자원을 이용한 신물질 및 신약개발 분야에서도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러한 국가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는 해양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인류의 마지막 보고인 해양을 지속가능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해양환경 보전이 전제돼야 한다. 환경만큼 정직하게 사람들의 땀방울에 보답하는 분야도 없다. 김현종 해양환경관리공단 해양보전본부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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