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처방을 대가로 뒷돈을 주고받는 의료계의 고질인 리베이트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은 어제 제약업체나 도매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약사 등 2000여명을 적발해 보건복지부에 면허 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쌍벌죄 시행 등 정부의 근절 의지에도 뇌물 고리는 끊어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놀라운 것은 적발된 2000여명 가운데 의사가 무려 1664명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의료 컨설팅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200명을 처벌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제외했는데도 그렇다. 의사들의 도덕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하기야 얼마 전에 리베이트를 서로 많이 갖겠다고 주먹질까지 한 대학병원 의사들도 있었을 정도니 그리 놀랄 일만도 아니다. 의사들이 누구인가. 지난 21일 병원, 한의사, 약사, 제약사 등 13개 보건의약 단체가 부당한 리베이트 관행을 없애자는 자정 선언을 했다. 그런데 유독 개원 의사들의 모임인 대한의사협회만 동참하지 않았다. 불참 이유가 황당하다. 의사가 리베이트를 받는 것이 '시장경제에 따른 정상적인 거래 형태'라는 것이다. 게다가 "쌍벌제를 없애 달라"는 주장까지 했다. 계속 뒷돈을 받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리베이트는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건강보험 재정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근절시켜야 마땅하다. 제약사들은 리베이트를 약값에 얹고 애꿎은 국민은 그 부담을 떠안게 된다. 많게는 약값의 25%에 이르는 리베이트를 없애면 약값의 거품을 얼마든지 뺄 수 있다. 특히 리베이트 규모는 연간 2조~3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건보재정 적자 1조3000억원을 메우고도 남는 금액이다. 정부는 리베이트의 뿌리를 뽑는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의사면허 정지 대상을 500만원 이상의 벌금에서 더 낮추거나 아예 일정 금액 이상의 리베이트 액수로 정하는 등 처벌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 강연료나 설문조사, 세미나 명목 등 편법을 동원한 검은돈의 차단책도 강구해야 한다.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회사와 수입회사, 도매상뿐 아니라 리베이트를 제공하면 컨설팅 업체든 누구든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도 있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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