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사욕에 눈먼 자들의 비행에 관한 뉴스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가진 것을 내어놓고 나누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도 속속 들려온다. 최근 몇 달만 돌아봐도 타락으로 인한 상처를 누군가의 선행이 치유해 줌으로써 우리 사회가 비로소 하나의 공동체로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기억나는 사람은 지난 9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50대 중국음식점 배달원 김우수 씨다. 그는 서울 강남의 고시원 쪽방에서 기거하며 배달원 일을 해 한 달에 70만원 정도를 벌어 어렵게 살면서도 어린이재단에 매달 5만~10만원씩 기부하고 이 재단을 보험금 수령자로 하여 4000만원짜리 종신보험에도 가입한 사실이 그의 죽음을 계기로 알려졌다. 경북 문경에서 홀로 사는 팔순의 할머니 윤동녀 씨는 폐지를 수집해 팔아 번 돈을 아껴 모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동사무소에 기부하기를 올해로 6년째 계속하고 있다. 그 자신이 기초생활수급자로 사회통념상 불우이웃인데도 그동안 2300만원이나 기부했다. "굳이 그러실 필요 없지 않느냐"고 묻자 윤 할머니는 "폐지가 동네에서 나온 것이니 그걸 팔아 번 돈은 동네를 위해 쓰는 것이 맞다"고 했다니 우문현답도 이런 우문현답이 없다. 이 밖에도 연말을 맞아 전북 전주에서는 익명의 40대 남자가 돼지저금통에 담긴 동전을 포함한 성금 5024만원을 주민자치센터에 맡겼다. 2000년부터 12년째다. 서울 한국구세군 본부에는 90대 노부부가 찾아와 2억원의 후원금을 익명으로 전달했다. 유명인 중에서는 최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박찬호 프로야구 선수, 가수 이효리 씨 등이 이런저런 방식으로 기부를 실천했다. 지난해 종합소득 계층별 '소득 대비 기부금 비율'을 보면 연봉 5억원 이상 1.62%, 1억~5억원 1.92%, 8000만~1억원 2.08%, 4000만~8000만원 2.02%였다. 중간소득자에 비해 고소득자가 기부에 덜 적극적이었던 셈이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을 보면 구두쇠 스크루지가 밤에 유령의 안내로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살펴보고 크리스마스 날 아침에 깨어난 뒤 마음을 고쳐먹고 그동안 결코 안 하던 기부부터 한다. 마침 세밑이다. 우리의 고소득자 중에서도 더 많은 이들이 기부의 즐거움을 맛보기를 바란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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