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가·고가 품질 비슷 보도
- 구매 손님 절반으로 줄어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코오롱 제품에서 발암물질 검출됐다는데 어떻게 된 거예요?이거 괜찮은 거야?"한 고객이 발암물질과 관련해 문의하자 코오롱 매장 직원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발암물질은 저희 매장 상품과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홈쇼핑에서 팔던 코오롱 액티브란 상품인데 코오롱 스포츠랑 별개예요"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는 고개만 끄덕일 뿐 이내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지난 18일 오후 4시 반께 소공동 롯데백화점 아웃도어 매장은 한산했다. 고가의 아웃도어 제품이 저가 제품과 품질 차이가 거의 없다는 언론 보도 이후 발걸음이 뚝 끊긴 것. 특히 코오롱스포츠 매장은 폭탄을 맞은 분위기였다. 코오롱 액티브 제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고 나간 이후 아무리 코오롱 스포츠와 무관하다고 해도 고객들은 '코오롱'만 떠올리기 때문이다. 매장에는 직원 5~6명이 있었지만 대응할 고객이 없어 서로 멀뚱히 매장만 지키고 있었다. 함께 온 50대 중년여성 세 명만 구경하고 있을 뿐이었다. 매장 직원은 한숨을 쉬며 "지난 금요일 기사가 나간 뒤로 고객 전화를 40통 넘게 받았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들은 대부분 발암물질 보도를 보고 환불을 요청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그는 "지난주 대비 방문 고객이 절반 가까이 확 떨어졌다"며 "다음 주 월요일에 코오롱 스포츠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방송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발암물질이 발견되지 않은 다른 아웃도어 매장에도 실제 구입하는 고객을 찾기는 어려웠다. 고가의 아웃도어 제품에 필요 이상의 기능이 포함돼 가격 거품을 주도했다고 언론에 보도된 이후 고객들이 더 꼼꼼히 따져 제품을 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소공동 롯데백화점 아웃도어 매장 층은 주말인데도 오가는 손님들이 적어 비교적 한산한 풍경을 연출했다.
"너희들은 싼 거 사도 되잖아, 그냥 아웃렛 매장 가서 사자" 김명환(가명ㆍ38)씨는 노스페이스 매장 앞에서 다운점퍼를 사겠다는 초등학생 딸을 설득하기 바빴다. 그는 "아웃렛이나 저렴한 매장을 가면 비슷한 점퍼를 절반 가격에 살 수 있는데 굳이 이 브랜드를 입겠다고 한다"며 "솔직히 학생들한테 점퍼 하나 값이 30만~40만원이면 과한 게 아니냐, 다 브랜드 값이다"라고 토로했다.아웃도어 층만 두 번 돌았다는 황승희(62)씨는 "돌아다녀봤자 가격이 다 비슷비슷하다"며 "비싸서 선뜻 구입할 수가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브랜드가 다양한 것 같지만 실제 소비자가 느끼기에는 선택권이 많지 않다. 로고만 다르게 붙어있는 거지 디자인, 성능, 제품정보가 붙은 스틱까지 비슷해 별 차이를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한 곳에서 만들고 일괄적으로 각 매장에 제품을 뿌리는 게 아니냐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라고 꼬집었다.매장마다 서로 판매가격이 달라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성북동에서 온 이모(가명ㆍ64)씨는 몽벨 매장에서 백화점 직원과 한참 승강이를 했다. 그는 "몽벨 전문 매장에서 아내 장갑을 11만500원에 샀는데 여기서는 똑같은 장갑을 13만원이라고 해서 따져 물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똑같은 제품을 15% 저렴하게 산 터라 수용할 수가 없었다. 결국 양말 두 개를 받아내긴 했지만 이런 게 바로 거품이 끼어있다는 게 아니겠냐"고 반문했다.휠라스포츠 매장 직원은 "우리는 후발주자라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했는데 솔직히 타사 고가 아웃도어 제품들의 경우 다소 거품이 끼어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등산하는 데 고어텍스 제품이 좋기는 하지만 필요 이상인 경우도 있어 본인의 용도랑 잘 따져서 구매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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