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옵션 등 파생상품 이용한 '편법 대물림' 극성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세금을 안내거가 덜내며 부를 대물림하기 위한 '편법 대물림'의 수법이 갈수록 고도화ㆍ지능화되고 있다.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변칙적인 국제거래를 넘어 최근에는 펀드나 옵션 등 파생상품시장까지 탈세의 수법으로 활용되고 있다.대기업은 창업 2세대에서 3세대로, 중견기업은 1세대에서 2세대로 경영권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거액의 증여세나 상속세를 덜 낼 목적으로 탈법ㆍ편법이 동원되기 마련이다.올해 상반기 국내의 한 중견기업은 대주주가 조세피난처에 자녀 명의로 해외 펀드를 만들고 국내 관계사 주식을 저가로 양도해 세금 부담 없이 경영권을 물려주다 과세당국에 적발됐다.또 국내에서 막대한 상속세를 회피하기 위해 변칙적인 국제거래를 이용해 자금을 해외에 조성ㆍ은닉하고 이를 자녀에게 증여한 사례도 있었다. 아버지가 사망 전에 다른 사람에게 명의신탁한 주식을 매각해 해외 유령업체에 송금한 뒤 외국에서 아들 명의로 자금을 세탁하고 상속세를 신고 누락한 사례도 적발됐다.이처럼 세무당국의 감시가 강화되자 최근 들어선 옵션 등 파생상품시장도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에 이용되고 있다. 파생상품시장은 거액의 손실이나 수익이 나는 경우가 흔해서 금융감독당국이나 세무당국의 감시망에서 벗어나기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대표적인 수법은 증여자와 증여를 받는 자 사이에 사전 협의를 한 후 비정상적인 가격에 옵션거래를 하는 방식이다. 증여자는 많은 돈을 잃는 대신, 증여를 받는 자는 거금을 버는 방식으로 증여를 한다. 특히 시장이 출렁일 때 증여자가 옵션 가격을 조금만 조정해도 증여를 받는 자가 이익을 보기 때문에 비용도 적게 든다.국내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옵션가격을 조정하려면 비용이 들겠지만 시장이 출렁이는 것을 활용해 기술적으로 하면 10% 가량의 비용만으로도 증여가 가능해진다"며 "상속증여세율이 최고 50%나 되는 데 비하면 비용은 상당히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파생상품 시장을 활용하는 것 외에 사모펀드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사모펀드는 공시 의무가 거의 없어서 베일에 가려진다는 이점이 있다.증권업계 관계자는 "증여받을 자와 증여하는 자가 사모펀드에 가입한 뒤 수익이 날 경우 90일 내에 환매하면 투자수익의 70%는 펀드에 귀속된다는 규정을 활용하는 수법"이라고 귀띔했다.이처럼 자본시장의 흐름을 활용한 '부의 대물림'은 금융감독당국이나 세무당국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적발이 쉽지 않다.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파생상품시장에서는 계속 큰 수익을 보거나 손실을 보는 거래가 잇따르기 때문에 세무당국이나 감독당국의 감시가 쉽지 않다"며 "내부자가 제보하지 않는다면 적발하기가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고형광 기자 kohk010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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