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법원장들, 'FTA문제'놓고 고심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전국 법원장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관련한 법관들의 잇단 소신발언이 뒤따르는데 대해 대응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부장판사가 한미FTA 재협상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자고까지 제안한 상황이어서 법원장들의 토론 결과에 더욱 관심이 모인다.대법원(대법원장 양승태)은 2일 오전 10시부터 전국 법원장을 대법원 청사로 불러 '국민과의 교류ㆍ소통 활성화 및 심리 충실화, 법관 인사제도 개선' 등을 주제로 '전국법원장회의'를 열었다.이날 법원장들의 표면적인 토론 주제는 영화'도가니'로 불거진 양형문제 논란 등 법원이 국민 법감정과 교감할 필요성이 커지고, 일선 법관들의 과중한 업무부담과 '형량깎기'식 상소 남용을 막기 위해선 제1심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사법부 내부에서 형성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그러나 이날 모임에선 공식적인 토론 주제 외에 한미FTA와 관련해 일선 판사들의 소신발언이 줄을 잇는데 따른 사법부의 대응 태도에 대한 고민도 함께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장들은 현재 정부 직제상 한미 FTA에 대한 법리 검토를 법무부가 담당하고 있는 상황인데 사법부가 자체 TF를 구성해 이를 논의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먼저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또 TF 구성을 청원하게 될 판사들과 어떻게 의견을 조율할지에 대해서도 고위 법관들의 견해를 모은 것으로 보인다.전날 양승태 대법원장은 신임 경력법관 임명식 자리서 "개인적인 소신을 법관의 양심으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며 법관들이 논란을 키우는 것에 대한 자제를 당부했다. 같은 날 김하늘(43·연수원22기)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내부게시판을 통해 한·미FTA의 사법주권 침해가능성을 거론하며 사법부 내에 법리분석TF를 구성하자고 제안해 이미 120여명의 판사들이 지지하고 나섰다.법조계에선 법관들의 정치적 소신발언이 사법 공무원의 정치중립이라는 가치를 해칠 수 있기 때문에 부적절하다는 목소리와,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지키기 위한 '절제'도 중요하지만 재판의 전제가 되는 법질서의 공정성 또한 사법부의 몫이므로 무조건적인 절제보다 효과적인 대응방향을 찾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한편, 법원장들은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추진하기로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가이드라인 제정을 놓고 일선 판사들의 반발 기류에 대해서도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준영 기자 foxfur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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