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근석 도쿄돔 콘서트│“아님 말고, 계속 그렇게 가는 거다”
<div class="blockquote">“일본에서 근짱을 마음껏 만끽하고 돌아가시길 바랍니다.” 25일 일본 도쿄 긴자의 K PLACE에서 열린 기자회견 때조차 이렇게 능청을 떠는 스타, 그가 바로 장근석이다. 그는 2008년 KBS <황진이>의 은호 역으로 일본에서 조금씩 이름을 알려갈 당시 첫 번째 팬 미팅을 열었지만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불과 3년 만에 장근석은 배용준과 이병헌, 류시원 등 한류스타 1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자신만의 브랜드로 수많은 일본 팬들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이번 공연 제목을 ‘치명적인’이라는 의미의 ‘Critical’을 사용해 <2011 THE CRI SHOW in Tokyo Dome - THE BEGINNIG>이라고 지은 자신감 또한 여기서 나온 것이 아닐까. 26일 도쿄돔에서 열린 4만 5천석 규모의 이 공연을 한류스타로서의 정점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 말하는 ‘아시아 프린스’, 장근석의 이야기를 들었다.
2008년 일본에서 첫 팬미팅을 가진 후 3년 만에 도쿄돔에서 공연을 하게 됐는데, 소감이 어떤가.장근석: 3년 전 2천 석의 공연장을 다 채우지도 못하고 팬 미팅을 할 때 ‘언제쯤 나도 도쿄돔에 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막연하게 했었다. 일본에서 아티스트들이 도쿄돔에 선다는 건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일이니까. 사실 중학생 때부터 꿈꿔온 일이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이뤄진 것 같아서 좀 무섭기도 하다. 원래 다섯 명 이상만 모이면 모임을 주도해야 하는 성격이라고 들었는데 (웃음), 그래서 4만 5천 명 앞에서 주인공이 되는 이번 공연이 더욱 짜릿할 것 같기도 하다. 장근석: MC본능이 있는 것 같다. (웃음)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모이면 처음에는 어색하고, 친해질 때까지 기다리게 되는데 그런 시간이 개인적으로는 좀 싫었다. 주인공이 돼야겠다는 생각은 없지만 ‘다 같이 재미있게 놀자’라는 생각으로 주도하게 되는 거다. 어디 가서 노는 걸로는 지지 않기 때문에. (웃음) 지금 쪼코볼 모임에서는 (김)희철 형이 국방의 의무를 지키러 가 버려서, 어쩔 수 없이 대장을 맡고 있긴 하다. (웃음) 어쨌든 이번 공연 역시 떨리고 긴장되지만 ‘즐겨야 한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굉장히 피가 끓고, 흥분된다.<H3>“이번 공연은 장근석이 꿈꾸는 프린스의 모습”</H3>
이번 공연만을 위해 준비한 게 있다면.장근석: 공연장이 크기 때문에 2, 3층의 관객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요소들을 많이 기획했다. 20m 이상의 크레인을 두 대 동원했고, 메인무대부터 돌출무대까지의 브리지를 50m 이상 설치했다. 또한 자전거로 그라운드를 한 바퀴 질주하고, 열기구를 띄워 3층 관객들의 눈높이와 맞출 예정이다. 이번 공연에만 48억 원을 투자한 덕분에 요즘 라면만 먹고 있다. (웃음) 지난 10월에 진행했던 아레나 투어 때는 혼자 3시간을 끌어갔다면, 이번에는 다양한 게스트들이 참여하는데.장근석: 아레나 투어와 이번 공연의 가장 큰 차이점을 먼저 정리해야 할 것 같다. 아레나 투어는 장근석이 가상의 성에 들어와 프린스가 돼 가는 과정의 이야기로 꾸민 것이었고, 이번 도쿄돔 공연은 장근석이 꿈꾸는 프린스의 모습과 살고 싶은 성을 주제로 꾸며졌다. 만약 장근석의 성이라면 클럽도 있을 것 같고, 매일 파티도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서 게스트들을 초대하게 됐다.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낸 주석 형과 제가 정말 좋아하는 아티스트라 직접 전화로 섭외한 버벌진트 형이 출연한다. 또한 저를 알리는 기폭제였던 SBS <미남이시네요>에 대한 팬들의 향수를 일으키기 위해서, 함께 연기했던 박신혜 씨도 출연하게 된다. 이번 공연에서 처음 선보이는 ‘수호성’은 어떤 곡인가.장근석: 내년 1, 2월 경 일본에서 정식 발매할 예정인 앨범의 수록곡이다. 지난 3월 일본에서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영상집을 촬영하다가 그 뉴스를 본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그 후로 계속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 때의 기억을 갖고 있는 분들에게 음악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마 가사를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힘을 얻을 수 있을 거다. 공연에서 자신의 노래만 부르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장근석: 정말 단순한데, 제가 부른 것만 40곡이 넘는다. (웃음) 드라마나 영화 OST 등 직접 부른 곡들이 좀 있어서 시간표를 짜다보니 이것만 해도 2, 3시간 가까이 되는 러닝타임이 나오더라. 물론 애창곡을 부를 수도 있지만 장근석의 노래들로 채워진 쇼라는 부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노래를 사랑한다. (웃음)<H3>“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쉬는 거”</H3>
본인이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장근석: 팬들의 반응을 보면 ‘다음 일을 예상할 수 없어서 이 사람이 궁금하다’라는 의견이 많았다. 한 가지로 정의내릴 수 없다는 의견도 많았고. 대중이 원하는 대로만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가끔은 돌발적인 발언도 하고, 검은색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면 흰색도 있는 사람이라고 보는 것 같다. 기자회견 때도 팬들이나 기자들을 괴롭히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던지니까, 그런 모습들을 일본 팬들이 보면서 ‘지금까지 이런 애는 없었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위험하게 보일 수도 있었던 모습이었지만, 예상대로만 행동하기에는 스스로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한테 피해 주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솔직하게 일하겠다는 목적을 세웠고, 그렇게 하다 보니 반응이 좋았다. 시내를 나가보면 내 얼굴이 여기저기 덕지덕지 붙어있다. 내가 바로 근짱이다! (웃음) 내년이면 데뷔 20주년이 되는데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장근석: 한국에서 전국투어 디너쇼를 열 예정이다. 농담이 아니다. (웃음) 이미 기획을 하고 있다. 이번 공연의 부제도 ‘더 비기닝’인데 아레나 투어의 연장선상에 있는 무대가 아닌, 20주년과 맞물려서 또 다른 시작이라는 의미를 내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끝에 나온 것이다. ‘나 연륜 쌓였어요’ 라고 자랑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돌이켜 보는 무대이자 새로운 시발점이 될 수 있는. 최근에는 한국에서의 영화 촬영과 아레나 투어, <사랑비> 촬영과 도쿄돔 공연까지 다소 과부하가 걸린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장근석: 그렇기 때문에 혼자 여행을 떠나고 싶기도 하다. <사랑비>에서 미술학도 역할을 맡았는데, 미술을 배워 봐도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고. 올해 참 많이 달려서 많이 비운 반면 채우질 못해서 이런 것들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그런데 한 달 쉬고 나면 또 일 없냐고 땡깡 부릴 게 분명해서 내년 1월 정도만 쉬지 않을까. (웃음) 요즘 쉴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에 한두 번, 학교에 갈 때다. 학교에서는 메이크업을 하지 않고 부은 얼굴 그대로 있어도 되고, 친구들이랑 토닥토닥하면서 놀 수 있고 주변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말하자면 충전의 시간인 거다. 바쁘고 지치기 쉬운 시간을 버텨나가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나. 장근석: 최근 KBS와 후지TV 다큐멘터리 팀이 계속 밀착 취재를 하는 중이라 사생활이 24시간 노출되고 있어서, 일과 쉬는 것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하나 생각해봤다. 그런데 그게 가장 어려운 것 같다. 그냥 드라마 현장에 있으면 드라마에 매진하고, 공연을 준비할 때는 공연에 매진하는 등 순간순간 주어진 시간에 집중하려고 한다. 어릴 때 꿈꾸던 것들이 하나씩 현실이 돼 가는 게 되게 재미있다. 쉬지 않고 일을 하는 것에 대해 많은 분들이 의문을 갖고 계시고, 저 역시도 그런 의문이 있지만 역시 연기를 하고 노래를 부를 때가 제일 신나는 것 같다. 집에서 가만히 있고 늦게까지 자는 것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쉬는 거라는 역발상이랄까.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링거를 맞는다. (웃음) 거짓말이 아니라, 하루가 48시간이었으면 좋겠다. 모교인 한양대학교에 12억 원을 기부해서 화제가 됐는데, 평소 기부에 대해 어떤 신념을 갖고 있나. 장근석: 거기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 말이 없는데... (웃음) 내가 악착 같이 학교를 다니는 이유이기도 한데, 연극영화학과가 특히 등록금이 좀 세다. 집안이 어려워 중간에 학교를 그만두는 동기나 선후배들을 보면서, 우리끼리 어떤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후배들이 공부를 할 때는 등록금 부담이 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갑자기 큰 뉴스가 나와서 깜짝 놀랐는데, 모교사랑이 전부다. (웃음) 앞으로 한류스타로서의 입지를 더욱 굳히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장근석: 스스로 ‘아시아 프린스’라고 떠들어대는 이유가 결국에는 그것이 꿈이기 때문이다. 이미 됐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지금 꿈꾸는 것이 아시아 프린스이고, 나아가서는 월드 프린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쟤는 자아도취에 빠져서 폼만 잡고 아무것도 안 해”라는 말을 듣기 싫어서 계속 노력한다. 특히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일본어로 기자회견 정도는 진행하게 됐다. ‘이 정도면 됐어, 안전하게 갈래’라고 하는 게 아니라 즐길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끊임없이 무언가의 문을 두드린다고 생각한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곳, 한국의 콘텐츠가 아직 닿지 않은 곳으로 간다는 느낌이다. 이렇게 하다보면 설사 아시아 프린스가 되지 못하더라도 그에 대한 노력은 했다고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을 것 같다. 아, 트위터는 그만두길 잘한 것 같다. 25만 명의 팔로어를 버렸어. (웃음) 그렇다면 장근석이 생각하는 다음 스텝은 무엇인가.장근석: 도쿄돔 콘서트를 하면 다들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니다. 일단 내년에는 돔투어를 할 예정이고 그 다음에는 닛산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하고 싶다.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전 세계 투어를 하는 게 꿈이다. 3년 전 제가 도쿄돔에서 공연을 한다고 했을 때 다들 비웃었지만 결국에는 하게 됐지 않나. 그 때도 ‘아님 말고’ 그랬는데 계속 그렇게 가는 거다. 아님 말고! (웃음)사진제공. tree J company<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도쿄=황효진 기자 seventeen@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취재팀 글. 도쿄=황효진 기자 seventeen@편집팀 편집. 장경진 three@ⓒ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