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서툰 이주여성에···변협, 온라인 법률지원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필리핀 여성 D씨는 4년 전 개인택시운전을 하는 남편 A씨를 현지에서 만나 한국으로 결혼 이주했다. D씨는 전처와 사이에 아들 하나를 둔 A씨와 딸을 한 명 낳아 나름대로 알콩달콩 한국 생활을 즐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행복한 시간이 마냥 이어지진 않았다. 지난해 암으로 몸져 누운 남편은 6차례의 항암치료에도 병세가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D씨는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병 간호에 매달렸지만 임종이 머지않음을 알게 된 남편은 입원중인 병원에서 동영상 녹화로 유언을 남긴 다음 변호사를 불러 공증했다. 남편의 재산은 아파트와 택시, 그리고 전처와의 아들을 위해 마이너스 통장으로 낸 2000만원의 빚 뿐이었다. 부부가 모두 생업을 그만둔 상태에서 병원비며 생활비, 머지않은 남편의 장례비용까지 걱정이 태산인 D씨는 남편이 택시를 판 돈을 전처와 남편의 여동생이 가져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곧 찾아올 상속절차를 앞두고 법적 문제가 생길게 뻔했지만 법률상담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한국어로 하기엔 D씨는 아직 서툴렀다. 보다 못한 D씨 친구의 남편 김모씨가 나서봤으나 법률구조공단을 비롯한 변호사들은 선뜻 맡겠다고 나서주질 않았다.
대한변협이 마련한 온라인 무료법률상담사이트(www.rainbowlaw.or.kr)<br />
11개국어를 지원하며 공개/비공개 여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결혼이주여성을 비롯한 다문화가정이 꾸준히 늘어가면서 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법적 문제가 발생하곤 하지만, D씨의 경우에서 보듯 언어장벽 등의 장애로 쉽사리 법률서비스를 이용하기 힘든 게 엄연한 현실이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신영무)가 이들을 돕기 위해 온라인 무료 법률상담사이트를 마련하고 나섰다.대한변협은 오는 28일 오후 5시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온라인 무료법률상담사이트 ‘레인보우로우‘(www.rainbowlaw.or.kr)의 정식 오픈 기념식을 갖는다고 24일 밝혔다. 대한변협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한 해당 사이트는 11개 다국어를 지원해 이주외국인들이 손쉽게 변호사의 도움을 구할 수 있으며 무료로 운영된다. 이용자는 별도의 회원가입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바로 상담내용을 게재함으로써 상담변호사 23명의 복수답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상담내용을 공개할지 여부도 본인이 선택할 수 있다.대한변협 관계자는 “매년 국제결혼이 증가함에 따라 우리 사회에 급속히 증가하는 다문화가정과 결혼이주 여성의 인권보호를 위해 ‘다문화가정법률지원위원회’를 설립했다”며 “레인보우로우 또한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이 관계자는 또 “무료법률상담 뿐만 아니라 법률구조가 필요한 경우로 판단되면 대한변협법률구조재단을 통한 무료 소송 진행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변협은 레인보우로우 사이트의 운영 외에도 인종·국적을 이유로 차별받는 소수자, 다문화가정 등을 위한 지원사업을 계속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정준영 기자 foxfur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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