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페이퍼북 됐다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그가 이 책을 내면서 고민한 건 제목도, 표지 구성도 아니었다. 가장 큰 고민은 저자의 이름이었다. 수백 명이 함께 참여해 만든 책이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결국 자신의 이름만을 넣었지만 이 책은 다른 수백 명의 사람들과 같이 쓴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하는 그다. 20개 나라에서 300여명이 모여 1년 동안 토론한 내용을 엮어 펴낸 '다이얼로그(Dialogue)-소셜미디어와 집단지성' 얘기다. 페이스북에 페이지를 개설하고 이를 운영해가면서 토론을 주도한 이는 윤영민(사진) 한양대학교 정보사회학과 교수다. 윤 교수가 지난해 5월 페이스북 페이지를 처음으로 열었을 때 가진 의문은 간단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집단지성이 가능할까?'라는 것이다. 집단지성을 실험하려 던진 주제는 '소셜미디어는 무엇인가' '소셜미디어가 우리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인가' 등이었다. 소셜미디어에 대한 연구가 아직 채 안된 시점에서 이 질문에 답을 해줄 사람은 없었다. 모두가 궁금해 하는 문제였지만, 누구도 대답은 없었다. 이 때 윤 교수가 기대를 건 곳은 집단지성이었다. 그의 기대처럼 이내 교수와 현업 종사자, 전문가 등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대화'로 해답을 찾아나갔다. 집단지성의 힘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지난 15일 경기도 안산시 한양대학교 에리카 캠퍼스에서 윤 교수를 만나 '다이얼로그(Dialogue)-소셜미디어와 집단지성'에 관해 말을 나눠봤다. 15년 동안 이메일, 웹사이트 등을 이용해 같은 실험을 해왔던 만큼 할 말이 많은 그였다. 윤 교수는 "그동안 했던 실험이 모두 실패했었던 것과 달리 이번 실험은 성공적이었다"며 "집단지성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보여줬다는 것과 집단지성의 힘을 확인한 것,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긍정적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이 그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또 "소셜미디어의 가장 큰 장점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생각하게 한다는 데 있다"며 "페이스북 페이지가 실명제로 운영되는 점, 모두가 궁금해 하지만 답은 없는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는 점, 집단지성을 자극하고 유도하는 발제문이 있었다는 점 등이 집단지성이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가 집단지성을 이끌어내려 1년 동안 들인 공은 대단했다. 페이스북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글들을 훑어보려 매일 새벽 3~4시면 잠을 깨는 건 일도 아니었다. 토론의 시작점이 되는 발제문을 올리려면 고전 이론 등을 비롯한 책을 읽고 또 읽어야 했다. 그렇게 쓴 발제문이 140개에 이를 정도니, 이번 실험에 대한 그의 애정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지식은 한 사람만의 생각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 토론을 하면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굳게 믿는 윤 교수다. 그는 "앞으로도 집단지성을 실험하는 연구를 계속해나갈 것"이라며 "내년엔 소셜미디어와 교육 등에 대한 온라인 토론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윤 교수가 다음번에 보여줄 집단지성은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다이얼로그-소셜미디어와 집단지성 1,2/ 윤영민 지음/ 한양대학교출판부/ 2만원(1권), 1만8000원(2권)
성정은 기자 je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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