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국회를 찾아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당부했다. 대통령은 "국회가 비준하면서 투자자ㆍ국가소송제도(ISD)를 재협상하도록 권고하면 발효 후 3개월 내에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미국 통상당국이 "FTA 발효 후 양국이 설립키로 한 서비스ㆍ투자위원회에서 ISD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어제 대통령의 제안은 지난달 말 한나라당과 민주당 원내대표가 정부와 합의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ISD 문제에 대해 '협정 발효 후 3개월 이내에 양국간 협의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채 지도부의 강경 입장에 따라 거부됐다.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앞두고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빈손으로 오면 빈손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했는데, 대통령이 'ISD 재협상'이라는 카드를 들고 온 것이다. 이제 공은 민주당으로 넘어왔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제안을 진지하게 논의해 몸싸움 대신 당당히 표결에 나서는 결정을 내릴 때다. 민주당 내에서도 다수 온건파들은 이미 '선(先)비준-후(後)협상'을 주장해왔다. 진정 ISD가 문제라면 무작정 반대만 하지 말고 미국과의 ISD 재협상에서 성과를 거두도록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다. 한ㆍ미FTA에 자극을 받은 일본은 지난 12일 미국이 주도하고 호주ㆍ뉴질랜드ㆍ싱가포르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동참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이 의도적으로 중국을 배제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새로운 경제블록 형성을 둘러싸고 미국ㆍ중국ㆍ일본이 암투를 벌이는 상황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으로선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마침 한나라당과 민주당 일각에서 한ㆍ미FTA 비준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양당 협상파 의원들은 ISD 절충안을 고리로 비준안을 일방 처리도, 물리적인 저지도 하지 않기로 약속했고 이에 동조하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 대화와 타협이 실종되고 폭력이 난무해온 우리 국회가 합의 처리의 선례를 만드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여야가 대타협을 통해 한미FTA 비준 문제를 조속히 매듭짓길 기대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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