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그가 '죽음'을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한 가지 있다. 9.11 테러 때 경험한 죽음의 기억이 그 이유다. 한 번의 기억 때문에 죽음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그. '생의 마지막 순간, 무엇을 남기고 싶은지'를 더 많은 사람들과 고민해보고 싶어진 그는 망설임 없이 책을 펴냈다. 제목에서부터 그의 고민이 오롯이 전해진다.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아라.' 글쓴이는 뉴욕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캘리포니아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뒤 유산상속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영선씨다. 박씨가 31살이던 2001년 9월11일. 학교 기숙사 창문 너머로 쌍둥이빌딩이 무너져내리는 걸 직접 본 그는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박씨를 스쳐가는 수많은 사람들. 와이셔츠를 풀어헤친 채 앞질러가는 남자와 정장에 맨발 차림으로 뛰는 여자. 정신없이 근처 교회에 도착한 그는 갑자기 괴로워지기 시작했다. 흔들거리는 건물 안에서 비상구를 찾아 헤매다 땅으로 꺼져버린 사람들,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서서히 불에 타 죽어갔을 사람들의 모습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박씨가 처음으로 마주한 죽음이었다. 그 뒤 박씨는 죽음을 피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맞섰다. 그 맞섬의 끝에서 나온 게 '비전 유언장'이다. 직업이 유산상속 변호사인 만큼 유언장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익숙한 그다. 죽음은 아직 먼 미래기 때문에 유언장을 안 쓰겠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물려줄 유산이 없어서 안 쓰겠다는 이도 있다. '비전 유언장'은 나이, 재산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라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그는 "사람들은 흔히 상속이라고 하면 재벌들만의 문제라고 여기는 경향이 많은데, 상속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생각해야 할 문제"라며 "상속은 비단 돈 문제만이 아니라 내가 이 세상에 무엇을 남길 것인지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조언한다. 박씨의 말이 사뭇 진지하게 들려온다. 재산 상속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 '내가 평생 지켜온 가치관 가운데 자녀에게 대물림하고 싶은 정신적 유산은 무엇인가' '앞으로 남은 인생에 나를 위해 혼자 힘으로 해보고 싶은 활동은 어떤 게 있는가' 등과 같은 질문으로 채워진 '비전 유언장'을 한 번쯤은 꼭 써볼 것을 권한다.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아라/ 박영선 지음/ 위즈덤하우스/ 1만3000원성정은 기자 je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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