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매출 1조~1조5천억 가까이 감소, 통신 시장 정체 및 경쟁 격화로 새 돌파구 필요해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숨가쁜 4시간이었다. SK텔레콤의 사내이사 3인이 오전 중 고심끝에 하이닉스를 인수하기로 최종 결정하고 5인의 사외 이사를 불러 모은 뒤에도 긴장감은 가시지 않았다. 하이닉수 인수가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던 SKT의 이사진은 결국 하이닉스 채권단이 제시한 본입찰 마감시한 5시를 20여분 남겨 놓은 상황에서 결국 인수가에 합의하고 본입찰 제안서를 넣을 수 있었다. SK텔레콤(대표 하성민)은 10일 하이닉스 인수를 위한 입찰 가격 결정을 위한 이사회를 열고 입찰 제안서를 하이닉스 채권단측에 제출했다. SKT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영 여건에 처해 있지만 하이닉스의 인수는 SKT의 미래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면서 "SKT의 각종 사업과 시너지 효과는 물론 정체된 통신 시장의 정체를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SKT 이사진은 이례적으로 이사회 직전 간담회를 통해 의견 조율마저 나섰다. 조금만 의사 결정이 늦어도 본입찰 시간에 늦어 인수에 어려움을 겪을 뻔했다. 하지만 그만큼 신중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업계는 SKT의 하이닉스 인수가 최종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단독 입찰이라는 입지적 유리함 등 인수 조건은 좋았지만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SKT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최재원 부회장의 검찰 수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하이닉스 인수에 SKT가 써야 할 자금은 총 3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인수 뒤 SKT가 하이닉스에 투자해야 할 금액도 수조원에 달한다. 반도체 경기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현재 SKT의 승부수는 어떻게 보면 도박이라는 의견까지도 나온다. 여기에 더해 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수사가 진행중이라는 점도 SKT의 하이닉스 인수에 부담으로 작용됐다. 검찰은 회삿돈 횡령의 주체로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에서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SKT 입장에선 일부 부담을 덜기도 했지만 여전히 위기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속에서도 SKT는 하이닉스를 인수하기로 선택했다. SKT는 지난 해 매출 12조4600억원, 영업이익은 2조350억원, 당기순이익은 1조4110억원을 기록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 되면서 무선인터넷 매출은 3조원대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나머지 사정은 그리 좋지 않다. 주력인 음성 서비스 매출은 계속 하락을 면치 못하고 문자메시지 서비스는 카카오톡, 마이피플 등의 스마트폰 무료 문자 서비스로 계속 하락세다. 정부의 통신 요금 인하 압력도 더욱 강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기본료 1000원을 내려도 여전히 요금이 비싸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설상 가상으로 재판매사업자(MVNO)가 반값 휴대폰 요금을 들고 나오며 강력한 경쟁자로 급부상했고 통신 3사간 치열한 마케팅 경쟁도 수익구조를 계속 악화시키고 있다. 1인 1휴대폰 시대가 된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는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도 골칫거리다. 스마트폰이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상승곡선을 그렸던 SKT의 ARPU는 최근 들어 매 분기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는 매출 하락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SKT가 내부적으로 추산한 내년 한해 매출 감소액은 총 1조~1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SKT의 한해 매출 중 10%가 사라지는 셈이다. 결국 SKT 입장에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통신 사업을 더욱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SKT는 하이닉스 인수라는 카드를 선택했다. 통신과 반도체 사업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성장 정체를 겪고 있는 통신 사업에서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한다는 점이 SKT에겐 중요한 셈이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SKT와 하이닉스가 얼마나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통신 시장의 정체는 모든 사업자가 안고 있는 고민"이라며 "SKT 역시 경쟁의 심화, 지속적인 매출의 감소로 인해 새 돌파구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2부 명진규 기자 aeo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