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비싸다며 제품 값 내린 슈트라우스 그룹 CEO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미국 뉴욕에서 이른바 '월가 점령' 시위가 벌어지기 한 달 훨씬 전 텔아비브 등 몇몇 이스라엘 도시에서 고물가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일부 시위대는 이스라엘 제2의 식품업체인 슈트라우스 그룹의 오프라 슈트라우스(51·사진) 회장 저택 앞에 진을 쳤다.슈트라우스 회장의 아버지는 미카엘 슈트라우스로 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가 지난 3월 현재 추정한 순재산이 11억 달러(약 1조2290억 원)다.슈트라우스 회장은 자기 집 앞에서 시위 중인 사람들과 7시간 대화했다. 시위대는 슈트라우스 그룹의 제품 가격이 매우 높다고 비난했다. 이에 공감한 슈트라우스 회장은 커피·생수·초콜릿·잼 등 자사 제품 값을 인하했다.지난해 매출 18억 달러를 기록한 슈트라우스 그룹은 18개국에서 영업 중이다. 그러나 매출 가운데 55%가 이스라엘에서 비롯된다. 슈트라우스 그룹은 제품 값을 낮추는 대신 TV 광고·를 80% 줄였다.슬하에 네 자녀를 둔 슈트라우스 회장은 시위대의 다른 비판에도 귀 기울였다. 임원들의 고임금이 바로 그것이다. 슈트라우스 회장은 "최고 임원진의 임금이 경쟁업체 임원들 임금보다 적다"면서도 "적정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연구해보겠다"고 약속했다.그가 붙잡고 씨름하고 있는 또 다른 화두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기업이라면 주주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 그러나 슈트라우스 회장은 "기업의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고객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더욱이 "기업인이라면 윤리적 행동을 중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기업이 어떻게 해야 사회 전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는 뜻이다.슈트라우스 회장은 자사의 제품 값이 비싸다는 비난에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70년 전 조부모가 창업한 슈트라우스 그룹이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이스라엘에서 '기업의 지속가능 보고서'(CSR)를 처음 발간한 곳도 슈트라우스 그룹이다.CSR란 화주·주주 등 이해관계자에 대한 경제적 책임뿐 아니라 환경적·사회적 위험과 기회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해 기업의 영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각종 활동과 성과를 담은 보고서다. 슈트라우스 그룹 제품 가운데 70%가 각 부문에서 '넘버 원'에 랭크돼 있었다.포브스는 기업 총수 가운데 자신이 잘못된 길로 나아가고 있음을 인정하는 이가 극소수에 불과한 요즘 슈트라우스 회장의 자기비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평했다.이스라엘 태생인 슈트라우스 회장은 1987년 텔아비브 대학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89년까지 화장품 제조업체 에스테 로더에서 글로벌 마케팅 서비스 및 교육 프로그램 부문에 몸 담았다.가족이 경영하는 슈트라우스 그룹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1989년. 이윽고 1996년 최고경영자(CEO)로 등극했다.슈트라우스 회장은 2005년 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천이 선정한 '비즈니스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리스트에서 42위를 차지했다.이진수 기자 comm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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