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타운'이 뜬다]드라마 ‘로열패밀리’서 입증한 주거·의료·커뮤니티 완비 복합모델

현장 탐방 | VIP 시니어타운 분당 ‘더 헤리티지’

지난 4월 종영한 인기 드라마 ‘로열패밀리’. 재벌기업 가족 간에 벌어지는 암투·복수라는 흥미진진한 내용과 더불어 상류층의 속살을 드러낸 이야기를 다뤄 주목받았다. 드라마만큼이나 관심을 끈 것은 바로 극중 JK가의 상류클럽으로 나온 무대였다. 실제 촬영 장소는 고급 시니어타운인 ‘더 헤리티지(The Heritage)’다. 방송이 나간 후 시청자들의 문의가 잇따랐다는 후문이다. 비단 럭셔리한 건축 디자인만 눈길을 끈 것은 아니다. 헤리티지는 국내외 각종 시니어 관련 기관 및 단체에서 답사하러 오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서울 양재동에서 고속버스로 30여 분을 달려 도착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의 ‘더 헤리티지’. 단지에 들어서자마자 딴 세상이 펼쳐졌다. 축구장 13개 크기(약 9만6756㎡)의 부지에는 산을 배경으로 조용하고 평화로운 타운하우스 풍경이 보였다. 중세 유럽의 성을 닮은 듯, 영화에 나오는 외국의 어느 마을을 보듯 풍광이 이채롭다. 더헤리지티 홍보를 대행하는 그린비전의 박선미 AE는 “아파트와 같이 단지로 형성돼 주거 편의성이 뛰어나고 전원 속 단독주택의 쾌적한 생활공간이 보장되는 타운하우스 양식으로 조성했다”고 귀띔했다. 1층 로비를 지나면서 다시 한번 탄성이 터져나왔다. 반들반들 윤이 나는 대리석 바닥과 고급 마감재, 그리스 신전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흰 조각상, 샹들리에 등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에 잔잔하게 흐르는 클래식 음악까지. 마치 최고급 호텔에 왔나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한 쪽에 넓게 자리한 카페에는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맞은편에 외환은행 PB센터가 보였다. 법률·재정 상담실도 별도로 마련돼 있다. 머릿속에는 ‘과연 VIP 시니어타운’이라는 강렬한 첫인상이 새겨지는 듯 했다.다채로운 커뮤니티 시설·선진형 의료 서비스 서우가 운영하는 더헤리티지는 도심 근교형에 있는 지상 4층, 지하 2층 건물로 25평형에서 104평형까지 총 20개동 390세대 규모의 노인복지주택이다. 현재 입주 인원은 312가구 약 400명. 80%의 입주율을 자랑한다.

다채로운 커뮤니티 활동으로 활기찬 노후를 보내는 액티브 시니어들.

헤리티지에선 두 가지가 눈길을 끌었다. 첫 번째는 4000여 평 규모에 이르는 커뮤니티 시설이었다. 노래방, 영화관람실, 골프연습장, 사우나, 요가, 스파, 피트니스센터, 헤어숍, 에스테틱숍, 취미실, 공예실 등 다양하게 구성됐다. 외부 강사들을 초빙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소형 강의실과 비즈니스룸도 갖췄다. 품격 있는 분위기에서 취미 및 동호회 활동을 하거나 질 높은 강좌를 들을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꼽혔다. 당구장에 들렀더니 할머니 한 분이 포켓볼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도서관에는 열심히 독서 중이거나 책을 빌리려는 어르신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수영장 안의 어르신들은 손주와 물놀이를 즐기느라 얼굴에 웃음꽃이 번졌다. 서우의 김지연 차장은 “스포츠 센터는 오전 6~8시면 일찍 일어나 운동하고 건강을 돌보려는 분들로 북적인다”며 “트레이너들이 입주민 개인별로 맞춤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500명이 모일 수 있는 홀에서는 주로 댄스파티나 연회가 열린다. 1년에 두 번 정도는 유명 가수를 초청해 공연도 갖는다. 이번에는 장년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이미자씨의 디너쇼를 준비 중이다. 외식 시설로는 워커힐호텔과 제휴한 한식당과 중식당, 조식 뷔페 식당이 있어 식성과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다. 입주자들은 시설보증금 3500만원(1인 기준)을 내면 별도의 비용 없이 커뮤니티 시설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커뮤니티 정회원이 되면 식당과 스파 비용을 40% 할인 혜택을 받는다.두 번째는 강화된 메디컬 케어 서비스였다. 선진국에서 보편화된 ‘지속적 은퇴 관리 커뮤니티(CCRC·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 개념을 도입, 연속 케어형 주거 및 의료 복합 시스템을 제공한다. 은퇴 이후 의료서비스를 포함한 지속적인 보살핌을 제공해 건강한 노년을 보내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단지와 맞닿아 있는 노인 전문 재활병원 ‘바스기념병원’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 등 의료서비스는 기본이다. 의무실에 의료진이 상주하며 상시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응급 상황에도 즉시 조치할 수 있게 대기한다. 바로 인근에는 요양원 ‘헤리티지너싱홈’이 있다. 의사와 간호사·간병인 등이 입주자들의 건강을 돌본다. 뇌졸중, 치매 등 장기 관리가 필요한 사람들은 너싱홈으로 옮겨 간병 받을 수 있다. 건강하고 활기찬 생활…외롭고 심심할 틈 없어“각종 헬스케어·문화시설, 알찬 강좌와 음악회·댄스파티, 동호회 등…. 여기 와서 몸과 마음이 편해지고 쇠퇴해 가는 뇌세포가 살아나는 느낌입니다. 한마디로 낙원이에요.” 더헤리티지에 거주하는 이영자(72) 할머니의 말에는 생기가 넘쳤다. 이씨는 남편을 여읜 뒤 경기도 일산신도시 자신 소유의 아파트에서 혼자 살다 2년 전 이곳의 25평형을 분양받아 입주했다.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산으로 둘러싸여 맑은 공기 속에서 전원생활을 즐길 수 있으며 잦은 외부 활동도 얼마든지 가능했기 때문이다. 특히 근처에 자녀가 살고 있다는 점도 위안이 됐다.이씨는 1주일에 수시로 외출을 한다. 주로 어린이들을 위한 방과후교실로 동화구연 봉사를 하기 위해서다. 바로 인근에 버스정류장이 있고 택시를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바깥세상과 단절돼 있다는 느낌도 전혀 들지 않는다. 이곳 생활이 좋은 점은 커뮤니티 시설이 잘 돼 있어 취미생활을 마음껏 즐기는 것은 물론 동호회를 통해 입주자들과 가족 같이 지낼 수 있다는 점이다.
“12년간 취미삼아 하던 동화구연을 여기서 더 배우고 활발하게 할 기회가 생겼어요. 지금은 어엿한 동화구연 강사가 됐고요. 입주자들과는 하루만 못 봐도 서로의 안부를 걱정하는 ‘형님 아우’가 됐죠. 혼자 살아도 심심할 틈도, 외로움을 느낄 새도 없어요. 우울증 걸릴 일은 더더욱 없습니다.” 월 생활비는 관리비와 용돈 등을 합쳐 100만원이 든다. 전기, 수도요금은 일반 아파트보다 더 저렴하다. 연회비 없이 커뮤니티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니 이곳에서 지내는 게 생각만큼 비싸지 않다고 했다. 김연기(68)·장숙자(67) 부부는 서울 방배동 60평형대 단독주택에서 살다 집을 팔고 이곳 59평형으로 들어왔다. 식비, 관리비, 용돈 등을 포함하면 월 생활비가 150만원 정도 드는데 방배동 단독주택에 거주할 때와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남편 김씨는 부동산 임대업을 하며 매일 출근하므로 서울과도 가까운 이곳을 택했다. 장씨는 여기 온 뒤 가사노동에서 해방되고 건강도 훨씬 좋아졌다. “대도시는 공기가 나쁘고 운동할 데도 마땅치 않아요. 이런 단점을 해결해준 곳이 바로 헤리티지예요. 친환경적이라 그런지 입주 후 비염이 다 나았습니다. 노후를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잘 한 선택인 것 같아요.” 기자가 만난 어르신들은 모두 생기 있는 얼굴에 활기찬 표정이었다. 건강한 노화, 활기찬 노화, 생산적 노화가 실현되는 모습이었다. 더헤리티지에 입주한 사람들의 평균 연령은 67세. 자신의 일을 갖고 출퇴근하는 이들도 꽤 된다. 이들에게는 이곳이 제2인생을 펼치는 곳이자, 자아실현을 지향하는 공간인 셈이다.인터뷰 | 박성민 늘푸른의료재단 이사장“선진형 모델 국내 소개하고 싶었다”국내에 선진형 시니어타운 모델로 더 헤리티지를 선보인 박성민 늘푸른의료재단이사장(46)을 만났다.
더헤리티지를 조성하게 된 계기가 있나.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국내는 노인 관련 전문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미국에는 3만여개의 ‘시니어 콤플렉스(senior complex)’가 있다. 일본도 베링턴 하우스를 비롯한 노인 주거단지가 3000여개에 이른다. 우리나라에도 선진국형 주거-의료 복합체가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시니어타운과 차별화된 점은. 의료 제공뿐 아니라 퇴직 이후 삶의 질을 높이는데 필요한 각종 편의시설과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로 시니어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주력했다. 노인에게 가장 큰 고통은 바로 외로움이다. 하지만 커뮤니티 활성화를 통해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분양가가 다소 높다는 견해도 있는데. 노인들은 돈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분양가가) 비싸다고 보는 시선이 있는 것 같다. 경제적 여유가 있고 자기 삶을 능동적으로 살려는 뉴시니어들은 자식에게 의지하지 않으면서 부를 누리려고 한다.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관점에서 이해한다면 역설적으로 아주 저렴한 수준이 아닌가. 국내 시니어타운 산업이 성공하려면. 단순히 집만 번지르르하게 짓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노인들의 다양한 욕구를 채워줄 ‘콘텐츠’가 핵심이다. 더헤리지티도 하나의 시스템이므로 단순히 외관에 불과한 건물을 보지 말고 그 안에 살아숨쉬는 콘텐츠를 보라고 얘기하고 싶다.이코노믹 리뷰 전희진 기자 hsmile@<ⓒ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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