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의 약속>, 수애-이상우-정유미 그들의 이야기
<div class="blockquote">SBS <천일의 약속>은 ‘김수현 드라마’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쓰인 대사와 군더더기 없는 인물들의 동선, 세트 등은 빤한 소재와 상황에도 불구하고 보는 사람을 강하게 끌어들이는 김수현 작가의 능력을 보여준다. 주요 배우인 수애와 이상우, 정유미 또한 ‘김수현 표’ 연기를 보여준다. 비극적인 운명에도 불구하고 강인한 이서연(수애), 듬직한 사촌오빠 장재민(이상우), 한 남자를 바보처럼 좋아하는 부잣집 딸 노향기(정유미) 등은 김수현 작가 전작의 캐릭터를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세 배우는 김수현이란 거장이 정성스레 준비한 잔칫상을 나름의 개성으로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이들에게 공통분모인 김수현 작가에 대한 이야기와 각자가 생각하는 작품과 연기에 대해 들었다.
<수애>
이서연: 캐릭터는 아프지만 꿋꿋하고 굳센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감독님과 작가님과 캐릭터를 잡을 때도 굳이 우울하게 갈 필요 없다고 얘기했다. 이서연의 강인함은 실제로 내가 닮고 싶을 정도다. 사실 내가 어릴 적부터 눈물이 많아서 울지 말아야 할 때 구분 못하고 우는 스타일이다(웃음) 내가 만약 이서연의 처지였다면 많은 시간 좌절해 있다가 무너졌을 거다. 나와 다르지만 어딘가 내 안에 이서연의 모습이 있을 것 같다는 마음으로 연기한다. 연기하는 동안은 제가 서연이고 서연이가 내가 되는 거다. 캐릭터를 한 순간도 제 몸에서 벗어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고 매 순간 노력하고 있다. 그래도 알츠하이머: 연기는 정말 힘들다. 내 나이에 기억을 잃어가고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해야 한다는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정말 너무 힘들다. 그 극적인 표현 자체가 심리적으로 힘든 거다. 연인과의 이별도 힘들지만 더 슬픈 건 알츠하이머에 걸려서 생을 마감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다. 가장 아끼는 고모와 동생과 이별한다는 건 연인과 이별하는 것보다 더 힘들 것 같다. 네잎클로버: 어려운 신이 많은데 그 때마다 선물로 받은 네잎클로버를 대본에 꽂아 놨다. 박지형(김래원)과 과거 행복했던 시절을 연기할 때 애교 부리는 장면은 너무 어려워 그렇게라도 신경 쓰면서 촬영했다.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박지형, 미스터 박, 지형아, 아니면 그대”라고 말하는 장면, 소주 마시며 “이러려고 그랬어?”라고 독백한 장면 등이 또 힘들었던 장면이다. 연기는 힘들지만 이렇게 노력하면서 치열하게, 재밌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청순? 우아한 연기를 하다가 SBS <아테나> 이후 다시 청순한 연기를 한다고 보시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매번 인터뷰 때마다 내가 맡아온 캐릭터들은 청순한 게 아니라 강인한 여성이라고 강조한다. 한 번도 청순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한 적 없다. 내가 맡아 온 캐릭터들은 내면의 강인함을 가진 여성들이고 20대 때 내가 추구했던 여성상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항상 연기에 대해 자신감이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불안해하면서 그 누구보다 떨려하면서 어떤 평가를 받을까 걱정하면서 노력하고 있다. 카타르시스: 이서연 연기는 심적으로 굉장히 힘들지만 내 다른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신나고 즐겁다.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캐릭터를 맡았을 때 희열, 보람, 좌절감을 다 맛보면서 배우로서 성장기를 겪고 있는 것 같다. 병을 알게 되고 되뇌었던 독백들, “형광펜, 가위!”라고 절박하게 외쳤던 장면도 일상에서 내가 할 수 없는 일이고 평생 살면서 겪을 수 없는 것들이다. 그 때 마다 성취감을 느낀다. 또 시청자분들이 알지 못했던 자신감 있는 내 다른 모습들을 보여드린 것 같아 배우로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배우로서의 도전인데, 아직도 내 안의 많은 것들이 잠재돼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hr/><이상우>
장재민: 감독님께서 내가 맡은 역할은 극 중 내레이터 같은 역할이니까 잘 하라고 하셨다. 사촌동생인 이서연이나 이문권(박유환)을 도와주고 있는데 앞으로도 옆에 항상 있어주는 것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수애: 그래도 사촌오빠인 이상우 씨와 호흡이 잘 맞아서인지 모르겠지만 보기만 해도 애틋할 정도로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 오히려 박지형에게 할 수 없었던 속내를 늘 사촌오빠에게 털어 놓기 때문일까. 늘 사촌오빠에게 의지하고 있다) 러브라인: 많은 분들이 “극중에 러브라인이 없어 아쉽지 않냐”고 물어보신다. 음...뭐, (그런 연기) 늘 많이 했었고 한 번쯤은 안 하는 것도(좋을 것 같다.) 오히려 연기하기도 편하다. 요즘 사촌동생인 수애 씨를 바라보는 눈빛이 애틋해서 “나중에 사촌오빠인데 동생을 좋아하는 것 아니냐” 하시는데 그럴 것 같지 않다. 연기할 때 눈빛 조절 같은 것도 힘들지 않다. 그냥, 조절 안 하고 해도 어차피 대본에서 정리가 되기 때문에...그렇게 큰 고민은 없다. 음... 힘든 것은 없다. 편하게 연기하고 있다.(좌중 폭소)음원: 취미가 작사, 작곡인데 한 곡은 완성했다. 키우던 상어가 죽어서 만든 노래 ‘상어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는 완성했다. 다른 한 곡은 완성하지 못했다. ‘차라리 유턴을 할 걸’이란 노래인데 어느 날 운전하고 가다 우연히 “유턴을 할 걸”이란 말을 많이 했는데 그 말이 좋아서 갑자기 만들었다. ‘상어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는 쉽게 만들었는데 ‘차라리 유턴을 할 걸’은 제목을 먼저 지어 완성하기 어렵다. 완성하면 음원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아이스커피, 따뜻한 커피: 장재민은 이서연에게 아이스커피와 따뜻한 커피 모두 들고 가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할 정도로 자상하다. 음...내 실제 성격은...많이...상대방을 생각하고, 그러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다. (실제 모습이 저렇게 조용한가?) (수애: MBC <9회말 2아웃> 이후 두 번째 본 건데 이번 촬영을 많이 하면서 친해졌다. 유심히 봤는데 정말 너무 재밌는 사람 같다. 이 모습이 실제 모습이기도 하다. 이런 사람이 한 마디 할 때 너무 재미있지 않나. 한 마디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신기하면서 너무 재밌다. 정말...재밌는 사람이다. (좌중 폭소))<hr/><정유미>
짝사랑: 진짜 연기할 때 나 혼자 실없는 사람처럼 혼자 말하고, 웃는다. 노향기가 안 됐다 싶을 정도다. 촬영할 때 지형 오빠가 한 번도 이가 보이게 웃은 적이 없고 미소만 띄워줘도 기분이 좋아진다. 대본을 읽다 보면 지형 오빠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또 그게 얼마나 깊은 사랑인지 아니까 저번 웨딩드레스를 입은 장면에서도 기쁘지 않았다. 앞으로 얼마나 노향기가 힘들지 아니까. 촬영할 때 답답할 때도 솔직히 있다(웃음)정유미: 사실 나는 애교도 많지 않고 무뚝뚝하다. 나라면 상대방에게 화도 많이 내고 이것 저것 물어 볼 텐데 노향기는 오빠 기분을 다 이해하고 맞춰주려고 한다. 극중에서 노향기는 지형 오빠에게 “정말 좋아해, 진심 좋아해”라고 문자를 보낼 정도로 애교도 많고 “한 사람을 그렇게까지 사랑하고 다 표현할 수 있나” 할 정도로 지극 정성이다. 만약 실제로 나와 데이트 하는 사람이 한 번도 웃지 않고 말도 끊으면 절대 좋아할 수 없을 것 같다(웃음) 고충: 그래서 연기할 때 힘든 점도 많다. 지형 오빠와 키스신을 찍을 대는 조명, 세트장 여러 가지 여건으로 한 번 촬영이 중단됐다가 일주일 후에 다시 촬영했다. 오랜만에 찍는데 노향기는 오빠의 사소한 눈빛과 말투에 감정이 확 변한다. 서운해서 울 때도 있지만 오빠한테 사과 받으면 바로 환하게 웃는 것처럼. 내가 미숙해서 그랬는지 순간적으로 감정이 훅 들어오는 게 힘들었다. 그래도 촬영을 계속 하다 보니 노향기의 마음도 알 것 같고 지형 오빠한테도 애틋한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김래원: 지형 오빠를 굉장히 좋아해야 하는 역할인데 사실 초반에는 김래원이라는 선배님으로만 보여서 감정을 잡기 힘들었다. 회사에서는 선배님 사진을 다운 받아서 바탕화면에라도 깔아놓고 자주 봐야 애정이 생기지 않겠냐고 조언을 하기도 했다(웃음) 이제 많이 익숙해진 것 같다. 앵글 밖에서는 김래원 선배님이 여러 가지로 많이 도와주신다. 연기도 가르쳐주시고 내가 운전하는 장면도 많은데 서툴러서 직접 주차해줄 때도 있다. 실제로는 전혀 지형오빠 같지 않다(웃음) 사진제공. SBS10 아시아 글. 한여울 기자 sixte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데일리팀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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