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정릉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혜수씨는 곳곳에서 전셋값이 올랐다는 소식에 울상이지만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아직 1년정도 전세계약기간이 남아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사는 아파트의 전셋값이 생각보다 많이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1년 후 계약을 갱신하더라도 이사를 가지 않고 재계약을 하려고 한다.이 씨가 사는 곳은 정릉의 높은 언덕길에 있다. 1년전 1억8000만원에 들어왔는데 현재 시세는 1000~2000만원 오른 2억원 초반대이다. 실평형이 84㎡로 아내와 갓 태어난 아기와 살기에 불편함이 없다. 수도권의 전셋값 급등으로 인한 여파로 고지대 아파트에 눈길이 몰리고 있다. 고지대 아파트는 구릉지 경사면을 따라 올라가며 지은 아파트를 의미한다. 차를 타지 않고 도보로 언덕을 올라가면 힘들뿐더러 버스정류장 등을 이용할 때 불편함이 있어 일반적으로 주거환경이 좋지 않다는 인식이 강하다. 때문에 같은 지역의 다른 아파트들보다 전세·매맷값이 5~10% 저렴하고 가격 상승폭이 완만하다. 성북구에 위치한 정릉 풍림 아이원은 84㎡의 아파트가 2억원대 초반에 전셋값이 형성돼 있다. 인근의 길음뉴타운 래미안 1차, e-편한세상 4차의 전용면적 84㎡ 전셋값이 2억5000만원대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비슷한 지역에서 거의 5000만원 가까이 가격차가 나는 것이다. 같은 아파트 단지라도 더 높은 언덕쪽에 위치한 동의 시세가 더 낮다. 이화여대 앞 대현도 LG아파트(구. 럭키아파트)는 가파른 경사면을 따라 단지들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 최고 높이에 위치한 110동은 다른 동보다 500~1000만원 정도 낮은 가격에 거래된다.고지대 아파트는 집값이 저렴할 뿐 아니라 공기가 좋고 조망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말한 정릉 인근의 아파트들은 조망뿐 아니라 북한산 국립공원이 근처에 있고 주위에 녹지가 많아 쾌적한 환경을 자랑한다. 인근 부동산 업소 관계자는 "입주자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만 자연환경이 가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하는 이들도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처럼 전셋값이 급등한 시기에 고지대 아파트는 세입자들이 한번쯤 고려해볼만하다"며 "요즘 인터넷에서 가격비교를 해보고 문의하는 전화가 많다"고 말했다.물론 높은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불편함은 감수해야한다. 경기도 광주의 한 고지대 아파트에 살았던 경험이 있는 전 모 씨는 고지대라면 혀를 내두른다. 그녀는 2년전 광주의 고지대에 형성된 아파트단지들 중 한 곳에 살았다. 싼 집값은 물론이고 분당과 가까워 대형 마트 등 생활 시설 이용이 편리하다는 점, 공기가 좋다는 점 등이 그곳에 아파트를 구매한 이유였다.그러나 그녀 가족들은 불편함을 절실히 느꼈다. 우선 편의점, 약국 등 생활 편의 시설이 부족했다. 주로 차를 이용했지만 어쩌다 아침에 셔틀버스를 이용할때는 수십분을 기다려야했다. 장본걸 들고 아파트 언덕을 오를 때면 등산을 하는 기분이었다. 또 아파트입구까지 오는 길에 인적이 드물어 자녀들을 밤길을 걱정하기 일쑤였다. 가구수가 적은 탓인지 관리비가 비슷한 평형대의 다른 아파트보다 5~10만원 더 많았다. 결국 전씨는 반년만에 집을 팔고 평지에 있는 더 적은 평수의 아파트를 다시 구했다.박충훈 기자 parkjovi@<ⓒ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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