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기업 후원금이 왜 나쁜가?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2007년 17대 대통령 선거과 2008년 18대 국회의원 총선거, 2010년 6ㆍ2지방선거, 각종 재보궐 선거. 5년 남짓한 기간 동안 기자는 굵직한 선거 현장들을 취재하면서 '아니면 말고식'의 근거 없는 의혹들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선거 때마다 난무하는 의혹들은 대부분 투표 날까지 사실 여부가 밝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 근거없는 의혹들도 때로는 상대 후보의 표를 깍아 내리는 결정적인 '한방'으로 작용하곤 한다. 최근들어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 통합후보를 둘러싼 대기업 후원금 논란이 뜨겁다. 박 후보가 참여연대 대표를 지내면서 비판을 한 대기업들이 박 후보가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아름다운재단을 통해 거액의 후원금을 기부했다는 것이 논란의 요지다. 참여연대가 대기업의 후원금을 받고 감시의 칼날이 무뎌졌다면 이는 응당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또 기업들의 후원금을 박 후보가 개인적으로 착복했다거나 기업 후원금의 회계 처리가 불투명했다면 박 후보는 서울시장 후보가 될 자격이 없다. 그러나 지금 제기되고 있는 의혹은 그저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의 후원금을 받았다'는 정도가 전부다. '시민단체가 대기업의 후원금을 받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논리외엔 없다. 전형적인 '흠집 내기'요 흑색선전이다. 더욱이 아름다운재단은 나눔의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만든 단체다. 대기업이 시민단체에 후원하는 것을 문제삼는다면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무얼까? 시민단체는 중소기업이나 서민의 후원금만으로 운영되어야 할까? 꼬리를 무는 의문이다.  오히려 대기업의 기부는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격려의 대상이다. 대기업이 기부한 몇십억원과 노점상을 운영하며 모은 몇백만원에 대해 기부의 질적 우위를 비교할 수 없듯이 대기업의 기부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더구나 기부를 많이 이끌어냈다면 이 역시 칭찬받을 일이다.   이번 보궐선거가 앞으로 3년간 서울시정을 이끌 인물을 뽑는 만큼 철저한 검증은 필수다. 그러나 무책임한 의혹 제기가 검증이라는 명목아래 저질러지는 또 다른 흑색선전은 아닌지도 반드시 검증해봐야 한다.지연진 기자 gy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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