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에 갖혀 호흡곤란 등 첫날만 60억

정전됐던 그날...아찔·긴박·속타는 피해 속속 공개돼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부인이 엘리베이터에 갇혀 급성호흡곤란으로 병원신세를 졌다""양식장에서 기르던 메기 치어 1만5000마리가 다 죽었다" "모텔의 VCR이 고장나 100만원 피해를 봤다" "3만5000원짜리 압력밥솥이 고장나 밥을 못지었다"9월 15일 발생한 정전과 관련해 한국전력 전국지점과 집단소송을 추진 중인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에서 접수한 피해사례들이다. 한전 전국 지점을 비롯해 전국 294개 정전피해신고센터가 가동된 20일 하루에만 550여 건의 보상신청이 접수됐고 신고된 피해금액은 60억원 가량으로 파악됐다. 피해사례 가운데 충북에서는 메기 양식장의 치어 1만5000마리가 폐사해 피해를 본 양식장 주인이 보상을 신청했다. 부산에서는 수술을 받고 집에서 요양중에 갑자기 전기가 나가 수술후 식사를 위해 냉장고에 보관중이던 닭가슴살 10㎏과 반찬이 모두 상했다는 주민이 있었다. 부산 남포동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업주는 "갑작스런 정전으로 노래를 부르던 손님들이 노래방 요금 환불을 요구해 손실을 봤고, 카드결제도 되지 않아 요금을 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신고했다. 압력밥솥이 고장나 3만5000원을 보상해달라는 주부, 내신에 반영되는 과제물을 컴퓨터로 작성했다가 정전으로 파일이 날아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는 중학생도 있었다. 정전으로 염색을 하던 고객들이 그냥 가버려 피해를 봤다는 미용실 주인, 활어가 폐사했다는 횟집 주인 등도 있었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례도 있다. 경기 수원에서는 엘리베이터에 탔던 한 주부는 정전으로 40분간 갇혀 있던 중 갑작스런 호흡곤란으로 심장에 이상이 생겼다. 관리자의 구조로 문은 열렸으나 손과 발에 마비증상으로 119편으로 병원으로 후송됐다. 하루 뒤인 16일에 상태가 호전돼 퇴원했으나 19일 상태가 악화돼 재입원했다. 대전에서는 한 초등학생이 정전으로 바깥에 나간 오빠를 찾으러 나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했다. 경기 화성의 한 대형 찜질방은 월 전기요금만 2000만원이 넘는 상황에서 예고없는 정전으로 고객들로부터 환율 사태가 벌어졌고 고객들이 찜질방 내에서 사용한 금액이 전산고장으로 날아가는 피해를 봤다. 지식경제부와 한전은 오는 10월 6일 오후 4시까지 피해신고를 받으며 개별피해 사실 조사를 통해 보상을 실시하기로 했다. 주민등록초본과 전기사용계약자의 피해 확인서, 피해물품 확인자료 같은 피해 사실 증빙서류는 10월 10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보상 지침은 소비자단체, 중소기업중앙회, 회계사, 변호사, 기타 전문가, 한전, 전력거래소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피해보상위원회가 마련하게 된다. 하지만 보상액 산출이 가능한 직접적 피해 이외에 정신적 고통 등 물질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피해나 부가적인 간접 피해에 대해서는 보상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경실련은 정부의 보상 조치가 납득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면 시민단체 차원의 공익적 집단소송을 검토할 방침이다. 한편, 9.15정전으로 전국 656만호에 정전이 발생했고 5700여개의 기업이 피해를 입었고 2900여명이 119 등에 구조요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청이 자체 파악한 중소기업피해는 4588개 업체, 301억9100만원이었다.이경호 기자 gung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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