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애널리스트, '마음은 고향에 몸은 회사에'

[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다른 나라 시장이 모두 열리는데 연휴에도 나와봐야죠”증권사 애널리스트 달력에 추석연휴는 여느 평일과 다름없다. 해외 증시 동향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추석연휴도 가족이 아닌 리서치센터 동료들과 함께 보내야 할 처지다. 9일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대부분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추석 당일인 12일 제외하고는 출근을 준비 중이다. 해외상황을 살피고 추석연휴 이후 국내 증시 상황을 분석하기 위해서다.
연휴 기간동안 미국과 유럽 등은 정상적으로 증시가 열린다. 다만 우리나라처럼 추석 명절이 있는 아시아 주요 국가들은 휴장에 들어간다. 중국과 대만이 12일 휴장에 들어가고, 홍콩은 13일에 장이 열리지 않는다.김성봉 삼성증권 시황팀장은 “연휴기간 동안에도 정상적으로 열리는 미국, 유럽증시를 살펴야 한다"며 "연휴 다음날 발행해야 할 데일리보고서 준비 때문에 연휴 마지막 날은 시황팀, 종목팀 모두 출근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증시 상황이 악화되기 시작한 지난 7월말부터 출근 시간을 한 시간 정도 앞당겼다. 평소 애널리스트들의 출근 시간은 7시30분이지만 유럽증시, 미국증시 상황에 좀 더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아침잠을 줄이고 있다. 현대증권도 마찬가지 분위기다. 오성진 리서치센터 센터장은 “추석 연휴기간 동안 이탈리아 상황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며 “연휴기간 동안 출근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탈리아가 유럽경제의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추석연휴가 끝난 직후인 15일은 이탈리아 국채 만기로 600억유로 중 일부인 152억유로가 돌아온다. 공교롭게도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줬던 굵직한 사건들은 추석연휴이 즈음해서 터지는 경우가 많았다. 2001년 9·11테러,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사태도 추석을 앞두고 발생했다. 올해는 추석을 한 달여 앞두고 국내 증시가 폭락해 최근까지 급등락이 심한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오 센터장은 “올해는 상황이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9·11테러와 리먼사태 때는 추석에도 비상근무를 했었다”며 “긴급한 경제 현안이 발생하면 나오지 말라고 해도 스스로 출근하는 게 애널리스트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리서치센터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고참급 애널리스트들은 추석연휴에 오히려 호재성 사건이 발생했던 '기분좋은 추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센터장은 “1998년에는 추석연휴 기간동안 일본 엔화가 140엔에서 108엔까지 떨어진 적이 있다”며 “외환위기 직후 290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엔고를 계기로 8개월 동안 수직 상승해 1000선을 넘기기도 했다”고 말했다.1989년에는 추석연휴에 독일통일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 센터장은 "추석연휴가 임박해 유동성 장세가 이어지고 있었는데 독일통일이 호재로 작용해 연휴직후 주가가 큰 폭 상승했다"고 말했다. 지선호 기자 likemor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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