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후 10년, 미국 국방지출 잔치는 끝났다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2001년 9월11일 테러리스트 공격후 10년 만에 미국은 새로운 적을 대면하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전략을 요구하는 적인데 바로 돈을 덜 써야 한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의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최신호(9월5~11일)에서 ‘모든 삭감의 어머니’라는 제목의 특집기사에서 “10년 동안 돈쓰는 잔치를 벌인 국방부는 내핍의 새로운 시대를 대면하고 있다”며 이렇게 지적했다.다음은 기사 주요 내용◆지난 10년간 국방비 70% 증가=2001년 뉴욕과 워싱턴에 대한 공격이 이뤄진 이후 국방예산은 실질가격으로 거의 70%나 증가해 7000억 달러 이상으로 늘어났다. 지난 10년 동안 국방예산은 신용공급에 힘입은 경제성장을 배경으로 별다른 논쟁없이 풍선처럼 불어났다. 국방부의 쇼핑리스트에 대한 정치권의 조사가 느슨했던 탓에 멀렌 합참의장조차도 올해 초 “우선 순위를 정할 능력이 없다. 결정하기 어렵다”고 털어놨을 정도로 국방비 지출은 불어났다.국방비는 미국 정부의 재량지출(재량권이 있는 예산액지출) 1달러마다 근 60센트를 차지한다. 이는 국방부가 빚을 찾아 원을 그리며 날고 있는 매들이 노리는 큰 돈단지라는 뜻이 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나라 빚이 미국 국가안보의 최대의 적=미 합참의장인 마이크 멀렌 제독은 “이슬람 급진주의자나 부상하는 중국은 잊어라. 우리 안보의 최대 위협은 빚”이라고 강조한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2021년 이면 미국은 매년 안보예산만큼이나 많은 돈을 이자로 지급해야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 달 2일 타결된 부채상한 협상결과 2021년까지 10년 동안 9170억 달러의 지출을 삭감하기로 했는데 이중 3500억 달러가 국방부문에서 이뤄져야 한다. 추수감사절까지 의회 수퍼커미티(supercommittee) 위원들이 추가 감축안에 합의히자 못하면, 2021년까지 국방예산을 5000억 달러 추가로 삭감해야 한다. 14조3000억 달러의 빚아래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미국은 ‘뭣이든 한다’에서 ‘할 수 있는 것만 한다’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더 이상 테러리스트에 겁을 먹고 죽을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일자리와 경제를 더 걱정하고 있다”고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백악관관리예산처(OMB)에서 국가안보예산을 맡았던 고든 애덤스는 지적했다. 3500억 달러는 국방부가 아니라면 큰 돈임에 틀림없다.그러나 부채상한 협상은 원래 지출계획의 95%이상을 보존하도록 했기 때문에 줄일여지가 많다는 게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의 지적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대통령 재정개혁위원회 공동의장을 지낸 앨런 심슨 전 상원의원과 어스킨 보울스 전 백악관 합참의장은 앞으로 10년 동안 1조2000억 달러를 감축할 것을 권고했다. 크레디 스위스그룹의 애널리스티인 로버트 스핀가언은 “1조 달러는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2년 물 재무부 국채 금리를 0.4%만 주는 등 유사이래로 낮은 비용으로 빚을 쓰고 있다. 경제성장으로 금리가 장기 평균인 3.8% 수준으로 근접한다면 재무부의 이자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국방비 등 다른 지출감축 필요는 매우 높아질 게 뻔하다.◆군장비현대화와 군의료비는 큰 과제=미국 국방부를 더 곤란할 게 할 것은 꽉 조인 주머니만이 아니다. 무한 소비 시대가 끝나가고 있지만 국방부는 10년간의 전투에서 닳아버린 험비 지프와 B-52폭격기와 KC-135급유기와 같은 공군 항공기 등의 장비 현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
전략예산평가센터(CSBA)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국방비 지출 증가분의 4분의 3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투와 인건비로 날아갔다. 단 16%만이 장비 현대화에 투입됐다.군이 희망하는 구매 리스트는 신형 전투기와 폭격기, 핵미사일발사 잠수함,전투용장갑차 등을 포함한다. 여기에 월급과 퇴직군인 수당 등 깎기가 힘든 경직성 인건비로 국방예산은 크게 늘어난다. 미 국방부 감사실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가 1달러를 지출할 때마다 약 25센트가 이런 비용으로 가고, 43센트는 작전과 유지비로, 20센트는 신무기 구입에 각각 들어간다. 약 12센트는 는 연구개발에 투입된다.보수변화도 예상된다. CSBA에 따르면 매년 급여와 수당 인상은 2001년 이후 1인당 비용을 46%나 증가시켰다. 정책자원위원회인 국방사업위원회(Dedense Business Board )는 지난 해 7월 “20년 복무후 전역한 군인들에게 40년간 연그모가 의료보험을 제공하는 것은 ‘지속할 수 없는’(unsustainable) 일”이라고 불렀다. 위원회는 “군인연금의료보험수급권(Military Entitlement)은 이 나라 의무지출 문제 중의 하나가 됐다”고 꼬집었다. 다른 나라와 마찬 가지로 미국의 의료보험(health-care)는 통제불능 상태에 빠져있다. 미국은 2012년도 예산안에 트라이케어(Tricare)의료보험 프로그램 예산으로 525억 달러를 요구했다. 이예산은 2001년 190억 달러였다. 전역자는 평생 이 보험 자격이 있다.이 때문에 전역후 민간부문에 취직하고서도 상당수가 이 보험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CSBA의 애널리스트인 토드 해리슨은 “예산이 줄어들면 그것은 열차 사고를 잃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아이젠하워 대통령 8년동안 27% 삭감=그렇지만 국방예산 삭감여지는 있다는 게 블룸버그통신의 분석이다. 미국 국방예산은 1998년 이후 매년 인플레이션에 맞춰 증가했는데 레이건 정부시절 최고점에 비해 약 1000억 달러가 많다.미국 대외관계협의회(CFR)는 세계 인구의 5%, 세계국내총생산(GDP)의 24%를 차지하는 미국은 전세계 국방지출의 42%를 지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나치게 많이 쓰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대목이다. 대규모 삭감의 전례도 있어 줄이려면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한국전 이후 8년 동안 국방예산을 27%나 잘라버렸다. 비슷한 규모로 삭감하면 향후 10년간 2조 달러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와 있다.국방비 삭감이 시작되면 그것은 장기가 계속되는 경향이 있다는 게 문제다. 냉전 종식후 미국 국방비는 1998년까지 13년 연속 감소했다. 게이츠 전 장관은 “미국은 과거의 해체와 1970년 대 말 속빈강정같은 군사력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이런 운명을 피하려면 미국 국방부는 오랫동안 미뤄온 질문 즉, 옛소련이 붕괴한지 20년이나 지난 지금도 미국은 유럽에 7만9000명을 주둔시키고 동아시아에 4만4000명을 주둔시켜야 하느냐에 답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이 지구의 반대편에서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수행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물음에도 답해야 한다.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조사기관인 렉싱턴 연구소의 로렌 톰슨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주요한 위협이 없다면 다가오는 10년 동안에 지속적인 국방비 지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와 방산업계 비용절감 대응책 마련 부심=미 국방부는 최근 군납품목에 대한 경쟁입찰제 도입과 수수료 보장 계약이 아닌 고정계약 방식을 채택하거나 2000억 달러가 들어가는 고비용 저효율 육군미래전투시스템을 폐기하는 등의 방법으로 비용절감을 꾀하고 있다.방산업계도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인력감축과 사업재편을 서두르면서 국방비 감축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하는 우주방산부문 주가지수는 지난 해 3.65% 상승해 9.85% 오른 S&P500 주가지수에 한참 뒤지는 등 실적부진의 몸살을 앓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록히드마틴의 주가는 지난 6개월동안 10%나 하락했다. 미국 최대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은 지난 6월 2700명의 감원과 임원 350명의 퇴직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향후 5년간 5억 달러를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업체들은 비핵심 사업 부문 분사를 추진하고 있다. 노드롭그루먼은 지난 3월 조선사업부문을 매각했고 보잉은 해외매출을 현재 17%에서 25%로 끌어올리기로 했다.로버트 스티븐스 록히드마틴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대응을 잘 하고 더 민첩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런 일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미국 방산업계 CEO들은 가혹한 시대가 밝아오고 있음을 알고 있다. 이들은 공공의 돈을 함부로 쓸 수 없다는 것도 인정하고 있다. 그래도 그들은 “우리 제품은 국방부가 떨쳐버리기 힘든 제품”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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