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당’ 감상법

[김대원의 여의도프리즘]# 1985년 2월 12일 실시된 12대 총선은 창당 후 불과 25일 된 신민당을 제1야당으로 밀어 올리면서 막을 내렸다.개표 결과 민정당 1백48석(전국구 61석), 신민당 67석(〃 17석), 민한당 35석(〃 9석), 국민당 20석(〃 5석)으로, 제 1당이 된 민정당 조차 패배를 시인하고 1주일도 못돼 대대적인 개각을 단행할 정도로 정가에 미친 충격파는 컸다. 신민당은 이민우 이기택 김수한 등을 내세웠고 막후에선 김영삼 김대중이 이를 지원했다. 연초에 급조돼 선거운동을 할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했으나 선거 직전 미국에서 귀국한 ‘김대중 바람’이 가세하면서 누구도 예상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기존 관제 정치권에 식상한 국민들이 만들어 낸 ‘선거혁명’은 기성 정당에 대한 반발과 자생 야당의 기치를 들고 일어선 신당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이었다.선거 직후 유한열 황낙주 등 민한당 당선자 18명 등과 군소정당 당선자들이 줄지어 신민당에 입당 헌정사상 야당으로서는 최초로 1백3석을 확보 거대 야당으로 발돋움했다.이때 표출된 민심의 흐름은 결국 1987년 6월 항쟁으로 귀결됐다.# 학계에선 내년 총선과 대선을 ‘중대선거’ 혹은 ‘정초선거’라고 규정한다. 즉 이를 계기로 이후의 정치 구조가 확연히 바뀐다는 것이며 정치권에선 내년 양대 선거 결과가 향후 2~30년의 대한민국 미래상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1987년 6월 항쟁의 결과물인 그해 겨울의 대선과 이듬해 13대 총선이 바로 ‘정초선거’였다. 그때 규정된 87년 체제가 25년 정도 지나면서 내구연한이 다해가고 있는 셈이다.향후 2~30년을 규정한다는 이른바 ‘중대선거’를 앞두고 과연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불과 4박 5일간의 ‘안철수 신드롬’이 기존 정당에 강한 충격을 가하면서 수년 간 지속되던 ‘박근혜 대세론’ 마저 흔들어 놓았다.본인의 의도와는 별개로 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이미 대권후보 반열에 올랐고, 일부 여론조사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정몽준 김문수 등 박 전 대표의 경쟁자 측은 내심 반색한 반면 친박 쪽은 애써 그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지방선거와 총선은 몰라도 대선만큼은 이긴다는 범여권의 막연한 낙관론이 흔들린 것이다.안 교수가 ‘한나라당 반대’라는 정치적 지향을 분명히 하자 호남 지역의 상승세도 두드러진다.수도권과 호남의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이 손학규에서 문재인, 다시 안철수로 이동하려는 흐름이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호남 지지층의 이동은 그렇지 않아도 불안정한 민주당의 유동성도 극대화 시킬 것이다.# ‘쿨’하게 서울시장 출마를 접으며 오히려 그 영향력이 커진 안 교수가 다시 정치를 시작할 지 여부는 현재로선 안 교수 자신도 모를 것이다.그러나 총선과 대선은 정치적 수요가 최고조에 달하는 시점이다. 그에게 정치참여를 권유하는 목소리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만약 안 교수가 결단 할 경우, 그의 최근 발언을 종합할 때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안은 신당 창당이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기반의 인터넷 정당을 예상하는 사람도 있다.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안철수 신당이 가시화 될 경우 민주당은 물론 수도권 한나라당 의원도 상당수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계개편의 뇌관역할을 할 것이란 얘기다.안 교수는 어느덧 ‘정초선거’라는 내년 총선과 대선의 최대 관심인물로 부상했다. 그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계속할 경우, 야권 내에선 정치적 ‘M&A’(인수합병)가 벌어질 수도 있다. 참고로 2·12 총선에서 신민당에게 제1야당의 지위를 빼앗긴 민한당은 소속 의원의 잇단 집단탈당으로 세력이 급속히 약화되다 1987년 소속의원 3명의 제5당으로 전락함에 따라 와해됐다.당시의 시대정신은 양김이 내세운 ‘선명야당’이었으나 ‘민정당 2중대’로 난타당한 민한당은 유세장에서부터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갔다.2012년의 시대정신을 둘러싼 여야의 경쟁과 안철수라는 초대형 장외 우량주의 존재. 대선정국이 본격 점화됐다.광남일보 국장 dw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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