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직선제 폐지 논란, 교육계는 '신중해야'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2억 원 전달 파문으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침몰위기를 맞은 가운데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대안으로 공동등록제, 일명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언급해 주목된다. 취임 1주년을 기념해 30일 출입기자단과 가진 오찬자리에서다.  러닝메이트(running mate)란 두 관직을 동시에 뽑는 선거제도에서 아래 관직의 선거에 출마한 입후보자를 일컫는 정치용어로, 흔히 미국의 정ㆍ부통령 선거에서 부통령 입후보자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중요도가 다른 두 관직을 한데 엮어서 뽑는 선거 시에는 단순히 어느 한쪽의 후보자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러닝메이트제는 이주호 장관이 제17대 국회의원에 재직하던 당시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장관은 "공동등록제는 시장과 교육감이 파트너가 되는 것이므로 완전한 중립성이 보장되느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직선제를 보완할 수 있는 점진적 개혁방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당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고, 정부도 원래 그 방향을 모색하고 있었다"며 러닝메이트제 도입에 힘을 실었다.  이 장관은 "그동안 유리한 기호를 뽑는 교육감이 당선된다는 '로또 교육감' 얘기도 나오고, 교육감과 시장의 불협화음으로 정책적인 부작용도 많았다"면서 "러닝메이트제 도입으로 이런 부작용을 많이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구체적인 도입 시기에 대해서는 내년 4월 시행되는 '세종시 교육감 선거'를 언급했다. 그는 "지금까지 많은 검토를 한 결과 현장 접목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다"며 "우선 세종시 교육감 선거에서 도입해보면 다른 지역에서도 도입이 가능한지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열린 세종시 교육감 선거 공청회 자리에서도 '후보자 공동등록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최영출 충북대 교수는 "교육감 선거과정이 지나치게 고비용 구조인데도 투표율이 낮고, 교육감이 시ㆍ도지사와 갈등을 빚는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후보자 공동등록제를 제안했다. 공동등록제는 교육감후보자와 시장후보자가 공동으로 후보자 등록을 하고 선거운동도 공동으로 하는 방식이다. 이때 유권자는 별도의 투표용지와 투표기호(시장 1명, 교육감 1명)에게 각각 투표하되, 공동등록 후보자에게 동일한 투표기호를 부여한다. 교육감 후보자의 투표용지 게재순위는 시장 후보자의 게재순위와 같게 하고, 각 투표용지의 성명 및 괄호 안에 공동출마 사실을 기재한다. 이 같은 공동등록제는 유권자가 후보자를 선택할 때 참고사항이 되고, 공동선거운동으로 선거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교육행정과 일반행정의 연계ㆍ협력을 촉진한다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정치적 중립성 논쟁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또 투표기호와 투표용지 게재순서를 같이해 시장후보와 교육감 후보를 연계해도 투표 결과 공동등록한 후보가 당선되지 않는다면 현행 주민직선제의 문제점이 되풀이되고, 근본적으로 피선거권을 제한한다는 위헌시비도 피해갈 수 없다. 교육계에서는 이 장관의 언급에 대해 일단 신중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2006년 12월 교육감 직선제 도입 근거가 되는 '지방교육자치법'의 취지인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라는 가치가 훼손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주민이 직접 교육감을 선출하는 직선제는 '교육 자치'라는 목표 아래 교육계가 오랫동안 주장해온 사안이다. 또 5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임명제(1949년∼1990년), 90년대의 교육위원회 간선제(1991∼1997년), 학교운영위원회 간선제(1998년~2006년)를 거쳐 2007년 1월부터 도입된 직선제를 거꾸로 되돌리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안양옥)는 "폐해가 드러난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다른 제도의 도입 등에는 여론 수렴을 거쳐 조금 더 신중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정치권이 교육계와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교육감 선거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교육감 선거제도는 헌법 제31조에 규정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보장 원칙에 근거하여 현행 교육감 직선제의 폐단을 개선하는 방안을 교육계와 충분히 논의해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장석웅)도 곽노현 교육감 사태에 대해 '검찰의 투명한 수사'를 요구하면서도 "이번 사태가 교육감 주민직선제 무용론이나 교육자치 제도를 훼손하는 정치공세로 변질될 것을 경계한다"고 밝혔다. 이상미 기자 ysm125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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