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모두와 몽골을 다녀왔다. 필자는 의사는 아니지만 의료진과 함께 진료 준비를 한 후 7일간의 여정을 돌았다. 진료를 하다 보니 사람들과 피부를 맞댈 정도로 가깝게 만날 수 있었고 그들의 고통과 기쁨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몽골은 한반도 면적의 7.5배에 해당하며 어마어마한 천연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경제 수준은 매우 열악하다. 몽골은 현재 우리나라의 1950ㆍ60년대 정도라 볼 수 있다. 귀국 비행기 안에서 50년 이후 몽골의 모습을 생각하다가 문득 한국을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 6ㆍ25전쟁 직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그러던 나라가 세계 10대 교역국이 됐으며 세계적 경기침체를 나름대로 견디어 내고 있다. 세계적 금융기관인 골드만삭스는 우리나라가 2050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3조6840억달러를 달성해 세계 13위 경제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1인당 실질 소득수준은 2050년 8만1462달러로 세계 2위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예측을 가능하게 한 것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국민성이다. 국민성 중에도 우리에게 가장 으뜸이 되는 것이 바로 예의라고 자평하고 싶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불렀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존댓말이 가장 잘 발달된 언어를 쓰고 있다. 요즘 막말녀 등 예의실종 사건들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국민의 대부분은 윗사람을 공경하고 아랫사람들을 친절하게 대하는 습관이 폭넓게 고착화돼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예의 바른 습관은 조직을 강하게 하고 자신의 입체적 위치를 올바르게 판단함으로써 진퇴를 분명히 하게 하며 더 나은 사회를 향한 비전을 품게 한다. 개인 또는 회사이든지, 국가이든지 간에 모든 어려움의 근본에는 정신적인 문제가 깔려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경제의 어려움을 피해 갈 수는 없지만 정부와 세계경제 탓만을 할 때가 아니다. 우리의 모든 어려움의 근본 처방은 예의를 바로 찾는 데 있다고 본다. 예의의 대상이 특정돼 있는 경우도 있지만 불특정된 경우도 많다. 더욱이 세계적 비즈니스 분야에서는 고객을 특정하기 어려우며 정보통신 비즈니스와 같은 분야에서는 예의를 차린다는 것이 어려운 지경이다. 최근 구글 등 정보통신 업체와 금융기관, 홈쇼핑 등 수많은 기업들이 고객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음으로써 충성심이 높은 고객들을 예기치 못할 위험에 빠뜨리는 범죄 행위를 저지르고 말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고객에 대한 예의를 잘 지켜서 번영한 국가가 있다. 한때 유럽에서 가장 빈국이었던 스위스는 창녀와 도둑들이 거리를 뒤덮을 정도였고, 그 나라 젊은이들은 주변국의 용병으로 팔려 나갔다. 그러한 나라가 지금 가장 신뢰받는 나라가 된 것은 예의를 정신가치로 재무장했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국가 문장에는 그 젊은이들의 피와 용맹을 상징하는 사자와 칼이 새겨져 있다. 최근 세계경제를 뒤흔드는 사건은 모두 보이지 않는 고객을 속이는 데서 그 문제의 핵심이 있음을 알 수 있다. 2008년에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동과 금융파생상품의 여파는 끝을 모르고 추락하는 세계경제의 시발점이 됐으며 유럽과 미국의 퍼주기 복지예산으로 인한 국가재정의 고갈도 그것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국가와 국민, 사업자와 소비자 등 모든 분야에서 예의를 지킨다면 이러한 문제의 대부분은 종식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다행히 예의가 살아 있다. 동방예의지국의 지고한 정신적 가치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부강하며 활기찬 나라로 가는 지름길이다. 이 같은 정신을 지키고 계승하려는 노력이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윤주선 한호건설 사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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