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경매, 무책임한 방통위

전문가들 '경매 방식 자체가 무한경쟁 조장'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7일동안 주파수 경매가 이어지고 있지만 1.8기가헤르츠(㎓) 주파수의 주인이 아직도 가려지지 않고 있다. 최저경쟁가격 4455억원에 시작한 주파수는 이제 2배를 넘어선 9000억원대에서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KT와 SK텔레콤은 26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 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서 1.8㎓ 주파수 경매를 시작했다. 벌써 8일째다. 끝이 보이질 않는다. 지난 25일 두 회사는 1.8㎓ 주파수를 놓고 7일, 총 71라운드 동안 경매전을 벌여 8941억원에서도 주인을 가리지 못했다. 경매 초기 두 회사는 "미리 정해 놓은 적정 가격이 있다"며 출혈경쟁을 벌이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경매가 계속되면서 점차 강경해지는 분위기다. 통신 업계는 1.8㎓ 주파수의 적정가치를 7000억~8000억원 사이로 보고 있다. 이미 물리적 저항선을 넘어선 셈이다. 이미 9000억원을 넘어선 주파수는 현 추세대로라면 1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다음주 초에는 1조원을 넘어선다. 1조원은 통신사들의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진다. 최저경쟁가격의 2배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리적 저항선까지 깨어질 전망이다. 주파수 경매가 과열양상을 띄자 방송통신위원회도 다소 불안하게 경매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1조원을 넘어설 경우 통신사들의 부담도 그만큼 커져 '승자의 저주'를 걱정할 수 밖에 없다. 통신 업계는 방통위의 경매 방식 자체가 무한경쟁을 조장하고 있다며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방통위는 이번 주파수 경매에 최종경매가의 최소 1% 이상 경매가를 올리는 오름 입찰 방식을 채택했다. 최대 가격이나 라운드 제한이 없다. 지금 경매 방식이라면 100라운드 200라운드 동안 경매가 지속돼 2조~3조원까지 올라도 방통위가 이를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통신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현 경매 방식은 매 라운드가 끝날때 마다 경쟁사가 얼마를 썼는지를 알 수 있어 끝없이 경쟁을 조장하고 있다"면서 "각 사업자가 경매 전략을 다양화 할 수 있도록 일정 라운드를 제한하고 그래도 주인이 결정나지 않으면 밀봉 입찰 등을 통해 경매를 끝낼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방통위의 주파수 정책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방통위가 이번 경매에 내 놓은 주파수가 턱없이 작았다는 것이다. 통신 업계의 다른 한 관계자는 "방통위는 800㎒, 1.8㎓ 2개 대역 주파수를 동시에 내 놓았다지만 실상 2개 사업자가 1.8㎓ 주파수를 놓고 무한경쟁을 벌이게 했다"면서 "2013년까지 추가 할당 예정 주파수가 없다는 것 자체가 통신사들이 끝없이 배팅하도록 조장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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