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교육 한류 성공하려면

1969년, '클리프 리처드'의 내한공연 당시 흥분한 여성 관객들이 속옷을 벗어 던져 당시 큰 사회문제가 됐다. 1980년, '레이프 개릿' 내한공연에서도 공연장인 숭의음악당 유리창이 깨지고 관객 일부가 졸도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광복 이후 어려운 삶과 문화적 충족이 부족한 상황에서 마땅한 분출구를 찾지 못한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세상은 참 많이도 변했다. 2010년 세계 7위의 수출무역대국, 13위의 경제강국이 되어 배고픔과 가난에서 벗어나게 되자 문화 분야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대한민국의 TV 드라마가 중국에 수출되고, 가요가 확대되면서 중국을 넘어 일본, 동남아 국가들에서도 대한민국 대중문화의 열풍, 이른바 한류(韓流)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한류는 국가브랜드가 되어 'K팝'이라는 이름을 달고 아시아는 물론 미국과 영국 등 유럽에까지 확산되어 가고 있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는 입장에서 '격세지감(隔世之感)'과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고사성어가 자연스레 떠오르게 된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대중문화가 세계에 널리 확산되길 바라며 더 큰 꿈을 꿔 본다. 문화와 교육은 큰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에 문화 한류를 넘어 교육 한류가 이뤄졌으면 하는 것이다.  60여년의 짧은 근대교육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 교육은 최근 세계의 주목과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조차 한국 교육에 주목하고, 한국의 교사를 '국가 건설자(Nation Builder)'라고 치켜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유네스코가 안병만 전 교과부 장관을 파리 본부로 초청해 한국 교육을 주제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이달 태국의 교육부 직원 30여명도 한국교총을 방문, 한국 교육과 교사에 대해 많은 질문과 정보를 꼼꼼히 확인해가는 등 어느 때보다 한국 교육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으로 '교육 한류'가 시작됐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그러나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이 교육에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쁜 마음 그지없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우리 교육제도와 현실에 대해 스스로 평가절하하는 우를 범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는 점이다.  그간 우리는 미국, 일본의 교육이론을 수입하고 맹신하다, 최근에는 일부 교육감을 중심으로 핀란드 교육 따라하기 열풍이 부는 등 아직도 '교육 사대주의'가 이어지고 있다.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환경, 여건, 역사, 국민성 등이 다른 외국의 교육제도를 신봉하다 오히려 자신을 잃는 더 큰 우를 범하지나 않을까 우려도 된다.  교육계는 이런 때일수록 '강남의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되듯이 사람도 주위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비유한 고사성어인 '귤화위지(橘化爲枳)'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물론 입시위주의 교육,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 등 우리 교육도 개선해야 할 사안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지만, 한국 교육이 가진 장점과 강점 또한 많다는 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독창적인 교육이론 및 교원 양성제도 등 다양한 우수 실천사례를 세계에 널리 알려 문화 한류에 이어 교육 한류 열풍이 이뤄지게 하는 일차적 책임은 교육계에 있다. 교직사회는 열정과 전문성을 갖고 대한민국 교육이 세계 교육의 중심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부, 교육이론가, 교육행정가 및 정치가들도 손쉬운 포퓰리즘 교육정책으로 주목을 받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지덕체 교육이라는 교육 본질에 충실하게 될 때 '문화 한류'에 이어 '교육 한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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