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당국 강력한 지침에 불가피한 선택"당국 "구두 지시일 뿐 명령 아냐"[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 박민규 기자]은행권의 가계대출 중단 사태가 하루 만에 철회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고객들의 불편과 혼선이 초래되고 있다. 이에따라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무책임한 처사에 비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농협 등 일부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상품 신규 취급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이후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이번 조치의 책임을 상대방에 떠넘기는 식으로 일관하며 고객들의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가계대출 상품 취급 중단이 무책임한 처사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 같은 행정지도 공문을 보낸 적이 없으며, 은행들의 처사가 다소 감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가계대출이 최근 2주 만에 2조2000억원이나 늘었고, 이대로 가다간 월말 마이너스통장 대출 수요 등을 감안하면 8월 한 달 동안 무려 6조원이나 증가하는 사태가 올 것으로 우려돼 강력한 지침을 구두로 전달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은행이 경쟁적으로 가계대출을 늘리다가 목표치에 갑자기 맞추려다 보니 대출을 중단해버리는 초유의 사태를 몰고 왔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도 "당국이 목표치를 제시했다고 은행들이 그렇게 경직되게 운용해 대출을 확 늘였다가 갑자기 닫아버리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은행들이 내부적으로 세밀한 지침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당국은 이에 따라 은행들이 대출자의 상환능력이나 대출목적 등을 따져 실수요자 중심으로 대출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구두 요청에 따라 가계대출을 사실상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일부 은행의 경우 이미 당국이 제시한 증가율 수치를 넘어선 상황에서 신규 대출을 중단하지 않는 이상 가이드라인을 지킬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구두 요청은 은행 입장에서는 명령이나 마찬가지"라며 "가계대출을 중단하라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하지만 가이드라인을 지키려면 이 방법(신규 대출 중단)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가계대출 담당자는 "이달 들어 용도가 불분명한 신용대출이 급격히 늘자 이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며 "농협에 이어 신한은행도 가계대출 억제에 나서 자칫하면 대출 신청이 우리은행으로 쏠릴 수 있다는 생각에 동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일이 처음이라는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2006년 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기업ㆍ농협 등 주요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주택담보대출 총량규제 창구지도에 따라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당시에도 금융당국은 대출자제 권고를 한 것은 맞지만 총량규제 창구지도를 한 적은 없다고 발뺌했다.조태진 기자 tjjo@박민규 기자 yushi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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