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 마리는 겨우 4t의 무게를 끌지만 두 마리가 힘을 합치면 22t이나 끌 수 있다고 한다. 시너지(Synergy)는 두 개 이상의 개체가 힘을 합쳐 둘이 지닌 힘 이상의 효과를 발휘한다. '1+1=2'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인 '3' 또는 '4'가 되는 놀라운 힘을 보여준다. 시너지 효과는 농업에서도 큰 힘을 발휘한다. 한 장소에 두 종류의 식물을 심어 재배함으로써 서로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며 자생력을 키울 수 있다. 예컨대 여름철에 즐겨 먹는 수박을 재배할 때 파를 함께 심으면 파 뿌리에 공생하는 박테리아가 토양병해를 막아 병충해 예방에 효과가 있다. 시너지의 어원은 그리스어 '수너고스(Sunergos)'로 '협력'이라는 뜻을 지닌 말이다. 둘이 힘을 합치면 몇 배의 이익을 거둘 수 있어 산업 분야에서 많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기업 간 상생과 협력을 바탕으로 한 시너지는 기술개발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 현재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애플은 수많은 제조사와의 상생협력으로 제품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며 모바일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의 천국'으로 잘 알려진 대만도 기업 간에 협력의 성과를 공유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작지만 강한 강소기업이 큰 기업과 함께 국가 경제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근래 들어 우리나라 산업계도 상생협력의 필요성에 크게 공감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신시장을 개척하자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또한 정부도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에 대기업과 중소ㆍ중견기업의 상생협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장려하는 분위기다. 국가 R&D 전담기관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은 지식경제부와 중소기업청 R&D 예산의 40%, 전체 총 예산의 13.7%에 해당하는 2조44억원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이는 국가 R&D 지원 사업에 더 큰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KEIT는 단순한 R&D 재원 분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혁신적인 프로세스로 미래 기술을 찾아내고 있다. 특히 전체 R&D 사업비 2조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산업융합원천기술개발사업을 통해 대기업은 물론 중소ㆍ중견기업, 대학, 연구소 등 산학연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신기술 개발에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2018년 세계 4대 소재강국 진입을 위해 최근 정부 R&D 자금 1조원 규모로 추진 중인 우리원의 WPM(세계시장을 선점할 소재) 사업도 대표적인 상생협력 모델로 대기업, 중소ㆍ중견기업, 대학 및 연구소, 해외참여기관 등 254개 산학연관(대기업 61개ㆍ중소중견기업 86개ㆍ대학 48개ㆍ연구소 40개ㆍ해외참여기관 19개 등)이 사업단을 구성하여 대ㆍ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유도하고 있다. 국가 R&D 사업에서 대ㆍ중소기업이 공동 기술개발로 세계를 개척하는 상생협력은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첩경이다. 또한 우리나라 경제의 패러다임을 풀어갈 경영전략이자 대한민국이 기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성장모델이다. 21세기 기술 글로벌리더 대한민국이 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니다. KEIT의 투명하고 전문적인 산업기술의 기획ㆍ평가 관리를 바탕으로 산업현장의 창의적인 R&D 열정이 힘을 합친다면 대한민국에 내재돼 있는 기술 잠재력을 일깨우고 세계로 나아갈 일류 수준의 R&D 성과를 창출할 것이다. 그리고 세계시장에서 우리의 크고 작은 기업들이 히든 챔피언을 넘어 글로벌 챔피언으로 동반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상생협력이 더욱 확산될 것이다.서영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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