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토크 ⑦ ‘부장’은 남성 명사?

[아시아경제 박지선 기자]<H3>여자가 매너를 얘기할 때남자는 무례를 실천한다</H3>
폭우가 퍼붓던 8월 어느 날. 경기도에 사는 스타일부 후배의 퇴근길을 걱정했다. 도로는 침수됐고 퇴근한다해도 다음날 출근길도 만만치않은 상황이었다. 집에 갈 수 없겠거든 재워줄테니 연락하라 얘기하고 퇴근했다. 다음날 만난 후배는 “친구에게 부장님 얘기를 했더니 ‘그거 성희롱 아니야? 부장이 너한테 흑심있냐’고 물어보던걸요?”했다. 후배의 친구는 ‘부장’ 타이틀의 기자를 남자로 생각했던 것이다. 이런 오해는 처음이 아니다. 부장이라는 직함은 여전히 ‘친남성’적이다. 여자 검사, 여자 임원, 여자 박사, 여자 파일럿은 늘 주목받는 대상이고 인터뷰 단골 손님이다. 여자가 당당해야 나라가 산다는 개그맨의 외침은 그래서 2011년에도 유효하다. 통계청 발표 ‘2011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보고서에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남성보다 빠르게 늘었으나 임금 수준과 고용의 질적 측면은 여전히 차별이 존재함을 얘기했다.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80.5%로 남학생 77.6%보다 높다. 전문직에서도 여성 비율이 늘고 있고 초등학교 교원은 75% 넘게 여성이 압도적이다. 공무원 중 여성 비율은 41.8%지만 고위 공무원은 3.4% 불과하다. 그러나 여성 평균 임금은 남자의 70% 수준에 머문다고 했다. 최근 관심을 끈 소식 중 하나는 루이뷔통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를 갖고 있는 프랑스 LVMH그룹이 ‘2020년까지 이사회 여성 비중을 40%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내용이다. LVMH그룹은 이미 그룹 전체 중견간부의 61%, 지난해 승진한 직원의 73%가 여성일 정도로 ‘우먼 파워’가 센 곳이다. 이제 어느 사무실을 가도 일하는 여자는 당연하다. 이미 여러 학자들은 다가오는 시대는 ‘여성 FEMALE, 감성FEELING, 가상FICTION의 3F 시대’가 될 거라 전망했다. 여기서 말하는 여성은 독단적이거나 권위적이 아닌 유연한 사고 방식의 긍정적인 여성인 것이다.
모르긴해도 기자가 앉아있는 이 사무실 풍경도 20여년 전에는 무척 달랐을 것이다. 대부분 남자가 앉아 있었을 것이며 자리에서 담배 피우는 일쯤 당시에는 자연스런 행동이었을 것이다.바짓단을 무릎까지 걷어올리고 양말을 벗고 발가락 만지고 다리를 벅벅 긁는 일도 남성 사회에서 당연한 일쯤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직장 생활을 앞둔 이들을 만난 자리에서 ‘매너와 스타일’에 대한 주제가 나왔다. 일에 대한 진정성을 얘기할 때보다 학생들 호응이 더 좋았다. 여학생에게는 사무실에 앉아 거울 펼쳐놓고 눈썹 그리기, 립스틱 에 집중하는 일을 금하라 했다. 망가진 복사기 수리할 때 허리 굽혀도 너무 짧지 않은 길이의 치마를 입으라고도 덧붙였다. ‘오빠’ 어쩌고로 시작하는 전화는 가급적 업무 시간에는 삼가라는 얘기도 했다. 남학생에게는 구체적인 예를 들어주지 않았다. 대신 1960년대 미국 광고회사가 배경인 미드 <매드맨 Mad Men>의 한 장면을 설명했다. 잘나가는 광고회사 사무실은 모두 남자뿐이었고 여자는 비서가 유일했다. 그들은 사무실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사무실 한쪽에 업무 효율을 위해 근사하게 세팅된 고급 위스키 한잔씩 들이키며 회의 준비를 하거나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 얘기는 어디까지나 60년대였다. 그 풍경이 그리워도 어쩔 방법은 없다. 위스키가 놓여있던 자리는 커피 머신, 혹은 생수가 놓여졌다. 비서여야 마땅할 여자는 부장일 수도 있고 그보다 더한 임원일 수도 있다. 사무실 풍경이 변했고 일하는 여자는 줄지 않을 것이다. 사회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삶의 모습을 ‘트렌드’라 한다. 부동산 시장도 트렌드가 있고, 주식에도 트렌드가 존재한다. 변화한 직장 생활 트렌드에 얼마나 적응하고 있는가 묻고싶다. 여자와 공존하는 법에 대해 익숙하지 않는 남자들께. 변화를 요구하면 적극적이라는 평가보다 극성맞다는 편견에 갇힐까봐 주저하는 여자들께.박지선 기자 sun0727@<ⓒ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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