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꿰매야 할 곳 반창고 붙여서는 안돼'

공매도 조치 시장 강하게 반발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의 유럽 4개국 주식시장에서 공매도(short-selling) 덕분에 유럽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크게 올랐다. 그러나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면서 주식시장의 유동성을 줄인다”는 반론 때문에 논란이 커지고 있다.공매도란 특정 종목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들이 해당 종목 주식을 빌리거나 전혀 보유하지 않은 채로 매도 주문을 내고, 주가가 떨어지면 해당 주식을 사들여 차익을 챙기는 투자 수법을 말한다.◆유럽 4개국 12일부터 금융주 15일간 공매도 금지=ESMA는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벨기에 등 4개 국의 주식시장이 폭락하자 12일부터 주식 공매도를 금지할 것이라고 11일 밝혔다. ESMA는 성명에서 “최근 유럽시장이 변동성 확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국가별 시장상황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 해왔다”면서 “시장에 루머를 퍼뜨리고 공매도에 나서는 세력들에 대해 강경한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프랑스는 BNP파리바와 소시에떼제네랄 등 11개 금융주에 대해 15일 동안 공매도를 금지했고 스페인 역시 바네스토 등 15개 종목을 15일 동안 공매도를 금지하기로 했다. 벨기에는 KBC 등 4개 종목을 무기한 금지했고, 이탈리아도 15일간 금융 및 보험업종의 29개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금지했다.앞서 그리스는 지난 8일 공매도 금지조치를 내린데 이어 터키도 주식 공매도를 금지했다.독일은 지난해 공매도를 금지했고 이번 조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프랑소와 바로앙 프랑스 재무장관은 “이번 공매도 조치를 환영하면서 금융시장 안정을 확보하겠다는 프랑스 정부의 공약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프랑스는 루머를 퍼뜨리고 공매도를 해서 은행주를 조종하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며 이탈리아는 공매도금지조치를 준수하지 않는 투자자들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기절했던 은행주 살아나 효험 만점=12일(현시시간.한국 13일) 유럽 주식시장에서 주요 지수는 일제히 상승하면서 장을 마감했다.유럽 주식시장의 벤치마크(기준)인 스톡TM(STOXX) 600지수는 이날 전일대비 3.7%상했다. 영국 런던 주식시장의 FTSE100 지수도 전날에 비해 3.04%(157.20포인트) 오른 5320.03으로 장을 마쳤다. 프랑스 CAC40 지수는 4.02%(124.22포인트) 상승한 3213.88에, 독일 프랑크푸르트주식시장 DAX30지수도 3.45%(200.08포인트) 상승한 5997.74으로 각각 장을 마쳤다. 또 스페인 IBEX35지수가 4.82% 상승한 8647.30에, 이탈리아 FTSE MIB지수도 4.00% 오른 1만5888.61에 거래를 마쳤다.종목별로는 관심의 대상이었던 프랑스 소시에떼 제네랄이 5.7% 상승했고 BNP파리바가 4.2%, 크레디 아그리꼴이 2.1% 올랐다. 벨기에 최대 은행 덱시아은행이 17% 치솟았고 스위스 UBS가 5.7%, 영국 로이드뱅킹그룹이 5%, 방코산탄데르가 6.6% 오르는 등 금융주의 선전이 돋보였다. ◆헤지펀드 등 “경제의 근본문제 해결않고서는 실효성 없다”반박=4개국의 공매도 금지조치는 당장 주가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낳았지만 금지 대상 금융회사가 나라다마 다르고 기간도 짧아 얼마나 오랫동안 효험을 낼지는 미지수다. 특히 헤지펀드를 비롯한 주식시장 참여자들은 경제의 근본문제를 해결하지 않은채 공매도 금지를 단행해봐야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우선,이번 4개국의 공매도 조치의 허점은 금지 대상이 은행과 보험 등 금융주뿐이며, 기간도 15일에 불과하다. 이 기간이 지나고 다른 금융회사나 다른 업종의 종목으로 공매도를 할 경우 공매도 금지 효과는 사라지고 만다.둘째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시장에서 이번에 금지된 종목의 공매도를 하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 주가가 급락한 소시에떼제네랄 등 유럽 대형은행들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 등 주요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아 다행이긴 하지만 유럽 금융회사 주식 공매도가 완전히 봉쇄되지는 않았다.셋째, 공매도금지조치는 기관투자가들의 이탈을 막을 수 없고 따라서 주가 급락도 저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주가가 급락하고 있고 머지 않아 자금을 빌려달라고 아우성을 칠 유로존 정부 국채와 은행주들을 그대로 보유할 ‘강단’을 가진 기관투자자는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이번 조치는 적정 수준의 은행주 보유를 고수하고 금융주 공매도를 하지 않는 헤지펀드에게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일부는 이번 주가 하락은 뮤추얼펀드들이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 주식을 내다판 손절매가 주범이라고 입을 모으고도 있다.헤지펀드 협회인 ‘대체투자운용협회’의 앤드루 베이커 최고경영자(CEO)는 발표문에서 “과거 경험상 공매도 금지조치는 주가 하락을 막지 못한채 오히려 변동성만 증가시킨다”면서 “공매도는 효율적인 주가 산정에 기여하고 시장의 유동성을 늘리면서 헤지와 다른 위험관리는 물론, 시장의 거품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일부 헤지펀드 펀드 매니저들은 “상처를 꿰메야 하는데 반창고를 붙이려해봐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반창고 아이디어를 낸 사람의 신뢰성만 갉아먹는다”고 비판하고 있다.런던 크로스브리지캐피털의 마니시 싱 투자책임자는 “공매도 금지로 주식시장에 단기적으로 상승세가 형성될 수는 있겠지만 당국이 악화된 경제펀더멘털(기초여건)까지 막을 수는 없다”면서 “장기적인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확실한 대책이 나와야 시장의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독일은 오히려 공매도를 광범위하게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독일은 악성 루머퍼뜨리기와 공매도 결합이 “엄연하게 만연해 있었다”면서 “ESMA는 공매도 금지조치 도입에서 유럽 각국간의 조정자 역할을 “별로 못했다”고 비판했다.독일은 일정기간,그것도 제한된 종목의 공매도만 금지할 게 아니라 주식과 국채, 크레디트 디폴트 스왑(CDS)도 공매도 대상에 포함시키고, 무차입 공매도를 전면 금지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마르틴 코트하우스 독일 재무부 대변인이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2일 전했다.독일은 공매도 금지 조치가 주력산업인 금융부문에 해를 끼칠 것으로 우려하는 영국을 공매도 금지 공조조치의 주요한 ‘걸림돌’로 여기고 있다. 영국은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이후 주가가 폭락하자 미국과 함께 나흘간 공매도를 금지했다. 시장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6일 파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유럽 재정적자 위기 방어와 프랑스 금융시장 안정화 문제 등에 대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 지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박희준 기자 jacklond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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