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동안 진행된 협상에서 노사 입장차이만 확인하고 끝나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SC제일은행의 총파업사태가 37일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3시간여 동안 진행된 노사협상이 또 다시 결렬됐다. 2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양측간의 교섭은 오후 1시15분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이 협상장을 떠나면서 종결됐다. 양측은 후선발령제도와 상설 명예퇴직제도에 대한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 한 채 별다른 소득 없이 협상을 마쳤다. 이날 사측에서는 리차드 힐 행장과 제니스 리 부행장, 장지활 부사장 등 3명이, 노조에서 김문호 위원장과 유주선 금노 정책부위원장, 서성학 SC제일은행 노조부위원장 등 3명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지난 20일에 있었던 대표자 협상이 결렬된 것에 대한 책임 공방으로 시작된 이번 협상에서 양측 모두 목소리를 높이며 시종일관 격양된 모습을 보였다. 김문호 위원장은 "속초에 있는 노조원들은 후선발령제도 확대와 명예퇴직제도 폐지에 대해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논의하자는 의견 자체에도 반대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노조에서는 임단협이 타결되면 TF를 꾸려 대립되는 사안에 대해서 논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는데 사측은 아무런 입장 변화가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성학 부위원장은 "후선발령제도를 확대 시행하는 것은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목표를 부여해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내보내겠다는 사실상의 퇴출제도"라며 "노사합의를 통해 오랜 시간동안 만들어온 제일은행의 역사를 현재의 지도부가 한번에 바꾸려는 비합리적인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제니스 리 부행장은 "시중은행들도 후선발령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우리도 합리적으로 시행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평가의 공정성과 합리성이 바탕이 된 차등 보상은 직원들의 동기부여에 도움이 된다"고 말해 첨예한 입장 차이를 나타냈다. 리차드 힐 행장은 "세부내용에 대한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겠다. 성과주의에 대해 입장 선회를 보이는 등 이미 은행은 (노조에) 많은 양보를 했다"며 "안건에 대해서 더 이상의 양보는 없을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후선발령제도 확대와 상설명예퇴직제도 폐지의 시행에 대해 인내심을 발휘할 것" 이라고 말하면서도 시행 자체에 대해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리차드 힐 행장은 "성과급제에 대해 (사측이) 많은 양보를 했고 노조와의 입장 차이도 상당히 줄였다. 오늘 협상은 결렬됐지만 언제든지 다시 협상에 응할 자세가 돼 있고 김재율 위원장이 빠른시일 내에 협상테이블로 돌아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한편 김문호 위원장은 이날 리차드 힐 행장과의 교섭 결렬 후 "성과급제도, 후선발령제도 확대, 상설 명예퇴직제도 폐지 등의 사안에서 사측은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과급제에 대해서 은행은 협상안의 기본 문안에서 '기본급 차등지급'이라는 말은 뺐지만 이를 하부 의제로 설정해 따로 논의하자고 하는 등 여전히 시행을 전제로 모든 협상을 진행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측이 성과급제에 대한 노조의 입장을 수용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두를 기만하는 행위"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또 "협상이 타결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사측은 노조가 이번주까지 파업을 끝내지 않으면 비정규직에 대한 4%임금 인상안을 우선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말하고 있다"며 "이런 독선적이고 비합리적인 협상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다"고 협상결렬 선언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협상에서 양측은 다음 협상 날짜를 정하지도 않아 파업사태 해결과 협상안 조율을 놓고 당분간 노사간의 신경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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