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정부의 물가 잡기 아이디어가 분출하고 있다.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선 국민 아이디어 공모전을 하자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거론되는 대책들이 여전히 중구난방인 데다 실효성보다 부작용이 클 것으로 우려되는 방안까지 나오면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실정이다. 급기야 '관영 주유소' 설립 방안까지 등장했다. 공익단체와 공공기관, 소상공인, 대기업 등이 공동 출자해 '사회적기업형 대안 주유소'를 설립토록 하고 한국석유공사 등 공기업이 국제 석유제품 시장에서 휘발유를 사와 공급하기로 했다. '정유사-대리점-주유소'로 이어지는 기존 석유 유통구조를 깨뜨림으로써 ℓ당 70원 싸게 팔 수 있다고 한다. 이른바 '최중경(지식경제부 장관)표 주유소'로 정부가 주유소 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것이다. 대안 주유소의 매력이라면 싼 기름값일 텐데, 국제 휘발유 시세와 국내 가격 차가 50원 정도로 관세나 부과금을 따지면 차이가 없다. 국내 석유 수입상들이 고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안 주유소라고 이윤 없이 팔 수는 없다.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보조금을 주겠다니 국민 세금으로 기름값을 떨어뜨리는 모순에 빠진다. 대안 주유소보다는 대형 마트 주유소나 셀프 주유소를 늘리는 게 합리적이다. 진정 비싸진 기름값이 걱정이라면 유류세 등 세금을 낮춰야 옳다. 대안 주유소를 전체 주유소의 10%(1300개)까지 세우고 지원하다 보면 그 비용이 세금 낮추는 것보다 더 들 수도 있다. 'MB물가' 2탄 격인 10대 서민 생활물가 비교품목 선정도 어째 이상하다. 전국 65개 시ㆍ군ㆍ구를 대상으로 매달 1회 조사한다는데, 지하철ㆍ버스 요금은 자주 변하는 것도 아니고 시ㆍ군ㆍ구별로 별 차이도 없다. 돼지고기야 대표주자로 삼겹살 하나면 될 텐데 돼지갈비까지 포함됐다. 전기요금 인상이 발표된 어제 물가장관회의에서 유통구조 개선 등 물가를 구조적으로 안정시키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점은 진일보한 것이다. 사실 그동안 물가대책은 개별 품목 중심으로 행정력을 동원해 가격 인상을 억제하거나 강제로 끌어내리는 기업 팔 비틀기가 많았다. 장관급으로 격상된 회의 위상에 걸맞게 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치밀하게 준비하고 실천해 구조적 문제를 풀어 나가길 기대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