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 11명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출제ㆍ검토 위원으로 참여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수능에 응시하는 자녀가 있는 사람은 출제 및 검토위원이 될 수 없다고 명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규정도 무용지물이었다. 이들은 평가원 측에 '시험 응시 자녀가 없다'는 확인서를 제출한 채 참여했고, 평가원은 이에 대한 사실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았다. 수능 출제 위원들은 수능시험 한 달 전부터 출제를 위해 감금생활에 가까운 합숙생활을 한다. 전화, 인터넷, 우편, 팩스도 사용할 수 없고 심지어 쓰레기조차 외부로 반출하지 못한다. 의료진은 물론 요리사와 경찰 등도 출제ㆍ검토위원들과 함께 합숙하다 수능시험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풀려날 만큼 출제과정 자체도 온 국민의 관심 대상이 된다. 감금생활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능출제과정에서의 보안은 철저하게 지켜진다. 그만큼 공정성이 요구되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이번 감사결과에 대해 평가원 측은 "11명 중 검토위원 9명은 이미 출제된 문제를 검토하기 위해 늦게 합류했고, 선택 과목을 출제한 출제위원 2명의 자녀는 해당과목을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시험문제의 사전 유출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고가 나지 않았으니 잘못된 행동은 문제없다는 식의 변명으로는 도덕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할 평가원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 윗사람은 윗사람에 맞게 행동해야 아랫사람들도 저절로 따라 할 것이라는 경구가 떠오른다. 어떤 보상을 바라거나 책임을 묻지 않더라도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해야 다른 사람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공자님의 말씀을 평가원 관계자들이 새겨들었으면 한다. 청문회를 앞둔 검찰총장의 자리도 마찬가지다. 윗사람이 자녀를 위한 일이었다며 위장전입을 일삼는 데 국민들에게 법을 준수하라고 가르칠 수 있는 것인가. 이런 도덕적 해이는 작은 범법행위를 눈감아 온 '온정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조그만 시험 관리에도 최선을 다하는 시골학교의 선생님들에게 평가원의 안일한 태도는 또 어떻게 비쳐질 것인가. 이참에 잘못된 싹은 잘라내야 한다. 그래야 잘못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이상미 기자 ysm125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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